기획투데이

교통신호는 나의 생명을 지키는 약속입니다 [만안녹색어머니회 이영미 회장]

교통신호는 나의 생명을 지키는 약속입니다 [만안녹색어머니회 이영미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5.06.10

‘안전’이라는 가치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 안전의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알고 이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녹색어머니회이다. 녹색어머니회가 있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이들 걱정뿐인 학부모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무사고 전적을 자랑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린 아이가 학교 가는 길이 걱정되었던 학부모 이영미(46) 씨는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학교 앞에 노란 옷을 입고 서있는 믿음직한 이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녹색어머니회 활동은 지금까지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학교 앞 스쿨존을 생각하면 걱정거리가 한 둘이 아니라는 그녀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과 매일 아침마다 싸우고 있다.
“만안구 15개 학교 앞을 살펴보면 아직 이면도로(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좁은 도로)가 많아요. 그렇다보니 등굣길의 아이들과 출근길의 자동차가 섞여 아슬아슬한 상황이 늘 일어나요. 작년 연현초등학교 앞에서는 횡당보도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로 인해서 가벼운 접촉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아이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꼭 필요한 겁니다.
또 학교 앞 불법 주정차도 큰 문제에요. 매일 아침마다 이것 때문에 운전자들과 저희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데요. 물론 주차공간이 부족한 운전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학교 앞 도로는 아이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어른들이 양보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불법 주정차로 인해 좁은 도로에 차들이 서있으면 아이들은 차 사이를 지나 학교에 가야 한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주차된 차들 사이로 갑자기 아이들이 튀어나온다고 생각되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서있는 차를 피해 등교를 하고 있는 것뿐이다. 서로의 시야확보가 어려우니 당연히 교통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준 녹색어머니회의 염원 때문인지 지금까지는 큰 사고 하나 없이 무사히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녹색어머니회를 하며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며, 앞으로의 소원이 있다면 그것도 무사고라고 힘주어 말한다.
노란 깃발을 든 아이들의 안전지킴이가 되어주세요
만안녹색어머니회에서 활동한 6년 중 4년 동안 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매일 아이와 함께 등교한다. 아침 8시 20분부터 9시까지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아침마다 나오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묻지만 6년 동안 매일 같은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또 하나 그녀가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수고하셨어요’이다.
“물론 칭찬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는 칭찬받는 것보다 묵묵히 한번이라도 나오셔서 봉사해주시는 게 더 감사해요. 또 한번이라도 나와서 봉사해보시면 왜 아이들을 위해 안전지도가 필요한지 중요성을 느끼게 되거든요.
사실 요즘 엄마들 정말 바쁘잖아요. 워킹맘들이 대부분이라 아침에 등교 준비시키랴 출근 준비하랴 봉사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럴 때 일부러 시간 내서 안전지도 오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하죠. 예전에는 녹색어머니회가 지원제로 운영되어서 일 년에 16번 정도씩 봉사를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학부모 전부 교통지도를 할 수 있게끔 바뀌어서 일 년에 많으면 두 세 번, 보통은 한 번만 서주셔도 되거든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직접 자원해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녹색어머니회에 들어가면 그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진다. 일 년에 두 번하는 교통안전교육에서는 200명 정도의 회원이 모여 아이들의 안전지도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사례들을 연구한다. 또한 시, 구와 협력해 학교 앞 부실한 안전장치를 점검하고, 보수해야할 시설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안전과 배려를 배우게 된 녹색어머니회
만약에 내 아이가 없었다면, 혹은 이 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교통안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이영미 만안녹색어머니회회장은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부모의 역할이 정말 크다고 말한다.
“요즘에도 지나가다 보면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엄마랑 무단횡단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절대 혼자서는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봐요. 아마 저도 녹색어머니회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제가 녹색어머니회에 들어가고 나서는 늘 아이들에게 왜 교통안전을 꼭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고, 저도 실천에 옮겨요. 신호라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약속이고, 이건 다른 어떤 것보다 지켜야 하는 법이에요. 신호를 안 지키는 것은 정말 위험하고 창피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주 말하다보니 저희 아이들도 신호를 정말 잘 지키거든요.“
재학생인 아이가 있어야만 녹색어머니회 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6학년인 그녀의 아이와 함께 그녀도 이번 해 녹색어머니회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졸업 후에도 녹색어머니회 명예 회원이 되어 현재도 하고 있는 복지관 식사 봉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들만큼 어르신들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만안노인복지관에 가서 식사봉사를 하는데, 아침 겸 점심을 드시러 오는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정말 많아요. 나이가 많으신데 노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전에는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은지 몰랐어요. 봉사를 하다 보니 이제 보이네요. 지금은 서로가 도와가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잖아요. 내가 가진 걸 나누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녹색어머니회를 통해서 이런 마음을 비로소 배울 수 있었어요. 또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마음 맞춰 가며 봉사를 하면 이렇게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배웠고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