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액티브시니어, 사회 기여에 앞장서다[여성자원봉사회 안영희 봉사자]

액티브시니어, 사회 기여에 앞장서다[여성자원봉사회 안영희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5.05.19

은퇴 이후에도 여가생활과 소비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를 지칭하는 ‘액티브시니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생은 60부터 시작’이라는 말처럼 어떤 청년들보다 열정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70대 활동가들도 눈에 띈다.
내 호적나이는 70대, 내 열정나이는 20대
여럿이 모여 나들이를 가면, 늘 안영희(70) 봉사자가 사진기를 잡는다. 그녀만큼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드물지만, 함께 찍은 사진을 분류해 USB에 담아주는 이는 그녀뿐이기 때문이다. 호적상 나이는 70대에 접어들었지만 신체나이와 두뇌나이만큼은 어떤 청년에 뒤지지 않는 그녀는 사회봉사 또한 어떤 청년보다도 열정적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여성자원봉사회 인터넷 카페에 글과 사진을 올려 활동을 기록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올해로 26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데, 봉사하면서 제 건강도 챙길 수 있고, 배우게 되는 것도 많아요. 어려운 사람들이나 다른 어르신들과도 소통할 수 있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저는 봉사를 받아야 할 나이지만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봉사활동으로 꽉 찬 일주일을 보내는 그녀는 여성자원봉사회에서는 푸드뱅크 운영을 위해 음식을 나누고 포장하는 봉사를 하며, 부흥복지관과 아름채복지관에서 식당봉사와 노노상담을 하고 있다. 또한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방범봉사까지 한다. 샘병원에서는 안내봉사와 도서관 사서 봉사를 하고 있다.
“뭐든 재미없으면 못해요. 제가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게 봉사인데 정말 재밌어서 계속 하는거죠. 제가 샘병원에서는 팀장을, 여성자원봉사회에서는 조장을 하면서 팀원들을 챙기는 역할을 하는데요. 다른 봉사자들이 대부분 50~60대니까 저를 ‘언니, 언니’하면서 많이 따르더라고요. 이렇게 서로 친해지면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죠. 봉사자들과의 팀워크는 제가 자원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베이비시터부터 실버플래너까지
“애들 다 키우고 나니 저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뭘 해볼까 고민했죠. 주변을 둘러보니 봉사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세 네 군데 봉사 단체를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각각 단체에서 어떤 봉사를 하는지 경험해보니까 저한테는 여성자원봉사회가 가장 잘 맞더라고요.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죠.”
여성자원봉사회에 들어와 그녀가 처음 했던 봉사는 일산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엄마로 아이들을 돌본지 20년이 지나 아이들 돌보는 일은 누구보다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밥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밥 대신 영양소를 골고루 담은 죽을 먹여요. 그런데 죽을 먹이면 반은 먹고, 반은 다시 뱉어요. 그러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처음에는 비위도 상했어요. 그런데 가장 힘든 건 봉사를 끝내고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우는 모습 때문에 발걸음을 떼기어렵다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아이들 돌보는 일을 주로 했던 봉사 초기에 비해 지금은 어르신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상담을 해주는 일을 맡아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아름채봉사관에서 ‘실버플래너’라는 상담가로서 노노상담을 책임지고 하고 있다. 매년 상담 교육을 받아 어르신들과 상담하면서 혹시 우울증이나 치매 가능성이 있을 경우 사회복지사에게 알려 초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는 다들 마음을 안 열어요. 우리가 ‘얼마나 힘드십니까.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하면서 대화를 유도해서 말문을 트이게 하죠.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우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도 듣다보면 같이 막 울고 싶어질 정도로 기가 막힌 일들도 많죠. 자식들이 부모를 무시하고 나가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부모는 안중에도 없이 돈만 밝히는 자식들도 많아요.”
그래도 이만하면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 아니에요?
그녀는 나이가 들어 봉사를 해서 가장 좋은 점으로는 시간은 넉넉하다는 점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전보다 ‘돈’걱정이 많아지는 점을 꼽았다.
“솔직히 예전에는 남편이 벌어다주니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은퇴를 했으니 수입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봉사해야 된다면서 애들한테 손 벌릴 수도 없고. 그렇다보니 생활비에서 봉사하면서 들어가는 차비며, 활동비를 쪼개 쓰는 게 어렵죠. 그래도 보람이 크니 봉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봉사를 하다보면 ‘감사하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듣는지 몰라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런 한 마디가 얼마나 좋은데요. 특히 복지관에 가면 저랑 연령대도 맞다보니까 소통도 잘 되고, 먹을 것도 쥐어주고 하거든요. 그러니 더 재미있죠.”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지금 고등학생인 손자들의 봉사활동도 쉽게 도와줄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그녀가 봉사하는 곳에 손자를 데려가 함께 봉사했더니, 반에서 가장 봉사활동시간이 많았던 것은 물론,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봉사를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손자와 함께 보낸 뜻 깊은 시간은 덤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봉사를 시작하면 지루하지 않고 오래 봉사할 수 있어요. 봉사가 많은 체력이나 정신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는데 서로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심심하지 않고요. 모여서 하면 사실 뭐든 좋잖아요?”
그녀는 봉사를 하면서 과거보다도 활달하고, 의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 아니에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