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 [안양여성자원봉사회 강은자 회장]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 [안양여성자원봉사회 강은자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5.05.06

푸드뱅크라는 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기관사인 강은자 회장은 “봉사활동은 수혜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봉사자들에게는 기쁨이 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푸드뱅크 또한 한 가지 행동으로 두 가지 효과를 거두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있었다.

환경을 아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강은자(59) 씨는 교회에서 일산 홀트타운 원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따라가게 된 홀트 타운에는 몸을 스스로 일으킬 수 없는 아이부터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를 키워온 엄마로써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는 익숙했던 그녀는 바로 일일 부모로 자주 이곳을 찾을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오면 ‘엄마들 왔다’면서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곳에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 부모의 역할을 그만둘 수 있겠어요.”
95년에는 안양여성자원봉사회에 가입해 더 많은 봉사를 시작했다. 일일부모와 함께 안양에 있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과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급식봉사를 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렇게 봉사를 이어오던 중 2000년도에는 안양여성자원봉사회가 안양 푸드뱅크를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푸드뱅크는 남은 음식을 냉동 탑차로 수거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일로, 현재 120여 가정에 회원들이 일일이 음식을 포장해서 전달하고 있다.
“처음 푸드뱅크가 시작했을 때는 홍보가 덜 되어서 많은 분들이 푸드뱅크에 대해 잘 모르고, 운영 면에서도 미숙했어요. 서서히 자리를 잡고, 이제야 노하우가 쌓이기 시작했네요.”
지금은 오시는 분들에 맞춰 어떤 음식을 빼고 대신 어떤 음식을 드려야 하는지, 양은 얼마나 드려야 하는지 모두 신경 써서 포장을 한다. 또한 먹을거리를 다루는 일이다보니 위생은 기본이다. 봉사자들은 장갑과 모자 앞치마를 착용해 지원받은 음식이 깨끗하게 수혜자에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이렇게 저희가 드리는 음식이 큰 도움이 된다며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어떤 분들은 오셔서 사탕 몇 개를 손에 꼭 쥐어주세요. 아니라고 가져다가 드시라고 말씀드려도 그분들은 이거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갖다 주시는 거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가져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푸드뱅크를 이끄는 동력, 회원들의 열정
그녀는 자신이 아닌 안양여성자원봉사회를 이끌어 가는 회원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희가 5명씩 봉사를 해요. 50명이 돌아가면서 스케줄을 짜놓고 교대로 하는데 모두들 책임감이 강해서 거의 빠지는 인원이 없어요. 푸드뱅크에 와서 음식을 나누고 포장하는 5명 이외에 자가용이 있는 봉사자들은 승용차를 이용해서 학교 등등에서 음식을 수거하고, 집집마다 음식을 가지러 올 수 없는 분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요. 15년째 하다 보니 이제는 모든 회원들이 익숙해져서 알아서 척척이에요.”
더욱 놀라운 것은 안양여성자원봉사회 회원들은 거의 60대, 70대의 나이로 봉사활동을 10년, 20년 계속 해오고 있는 봉사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각 회원들은 안양여성자원봉사회에서 단체로 하는 봉사 외에도 안내봉사, 미용봉사, 장애인차량 봉사 등 자신의 봉사일정을 빽빽하게 짜서 주체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봉사를 하고 나면 사실 육체적으로 힘들죠. 그런데 따뜻한 말 한 마디만 들어도 다시 힘이 솟아요. 아마 몸이 아프거나 특별히 큰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저희 안양여성자원봉사회 모든 분들이 봉사를 계속 하실 거예요. 봉사의 맛을 느끼고 알게 된 사람들은 누가 권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게 되더라고요.”
푸드뱅크의 연료를 끊임없이 지원해주는 이들
무엇보다도 푸드뱅크에 꾸준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푸드뱅크의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녀는 그동안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가끔은 사무실로 전화가 와요. 식당에서 단체 예약을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취소가 돼서 음식이 많이 남았다면서 지원해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운전하시는 분들이 음식을 가져와서 바로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도 하죠.
또 익명으로 저희를 도와주시는 어떤 분은 보내주신 물품만 봐도 세심함이 느껴져요. 저번에 만두를 하면, 이번에는 빵, 다음에는 과일, 감자. 이렇게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하시더라고요. 절대 본인의 이름은 안 밝히도록 부탁해서 돈을 지불하고 식품을 보내주시는 거죠.”
여기에 안양 20여개의 학교, 제과점이나 떡집, 오뚜기, 농심, 동아오츠카 등의 기업체에도 도움을 받아 푸드뱅크는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음식을 받아서 나누고 포장하는 곳이 지하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너무 더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 집에 있는 외투를 모두 가져와 껴입고 있어도 몸이 덜덜 떨린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있는 곳에서 취사를 할 수 없어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월수금은 농수산센터에서 야채를 지원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취사가 어려우니까 간단하게 야채를 다듬기만 해서 전달해드리죠. 그런데 저희가 조리를 해서 음식으로 드릴 수 있으면 집에서 요리하실 수 없는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