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숭늉처럼 구수한 향이 있는 안양을 위해 [안양2동 주민자치위원회 김귀연 위원장]

숭늉처럼 구수한 향이 있는 안양을 위해 [안양2동 주민자치위원회 김귀연 위원장]

by 안양교차로 2015.04.22

지난 16일, 봄을 시샘하는 비바람이 차게 몰아쳤지만 안양2동주민센터 뒤편에서 어르신들에게 국수를 나누는 모습만은 훈훈하게 마음을 녹였다. 110여 분의 어르신에게 국수를 대접하는 이 행사는 예로부터 사랑방에 손님들을 모시던 것처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접하겠다는 의미에서 ‘사랑방 국수봉사’로 이름 붙였다.

마을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친 안양 토박이
이를 기획하고 실천에 옮긴 김귀연(59) 안양2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십시일반 물품을 모아 사랑방국수봉사를 진행했다. 그는 40여 명의 자원봉사와 함께 추운 날 국수를 만들고, 배식하느라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음성만은 밝았다.
“첫 시도 치고는 나름대로 잘 된 것 같아요. 날씨나 장소 때문에 목표한 100분 정도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다음에 할 때는 주민센터 뒤편이 아닌 앞쪽 마당에서 할 것 같은데 그 때는 지금 인원의 2배 정도의 인원이 모이지 않을까요?”
그는 안양 토박이로,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선뜻 나서서 마을을 위해 봉사해야한다’는 생각을 저절로 가지게 되었는데, 주민자치중앙회나 국회에서 열리는 주민자치 교육을 받으며 이 생각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한다.
‘관의 주도가 아닌 주민이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주민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3년 전부터 주민자치위원회의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같은 뜻을 가진 류현수 회장을 만나게 되어 드디어 올해 2월 26일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처음 동네 반장으로 시작해, 통장,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거친 그는 현재는 안양2동주민자치위원장, 안양시 주민자치현의회 수석부회장, 환경단체인 늘푸른21 마을분과 부위원장, 주민자치중앙회 경기도 부회장을 맡아 마을을 위한 일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안양2동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책, ‘안양2동의 흐름’
그는 이렇게 바쁜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작년, ‘안양2동의 흐름’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책에는 관공서에 있는 문서들에 담기지 못한 안양2동의 역사가 빼곡히 적혀있다. 그는 이 책을 내기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자료를 모으고, 어르신들의 구술자료며 학술자료를 비교하고, 탐방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추리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용화사에 있던 미륵상을 예로 들면, 이 미륵상은 용화사에서 의왕시 호계동으로, 전남 담양 보광사로 옮겨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보광사에 연락해서 스님과 통화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또한 이 미륵상 자체도 전과 그 모습이 많이 달라져 역사적 가치를 잃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과거 용화사에 화재사건 때문에 돌부처가 훼손되었고,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지 않고,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사실만을 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쓴 500여 권의 책은 시 도서관, 동사무소, 시청, 구청, 경로당, 학교에 기증되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안양2동의 흐름’ 후편을 집필하고, 전편에서 부족한 내용을 수정해 내년 2월에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를 넘어 마을로, 마을을 넘어 국가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일에도 앞장서 봉사를 하고 있다. 연천 수해사건부터 태안기름유출 사고 등 다른 마을에 재앙이 닥쳤다고 생각되면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먼 곳까지 달려갔다.
“태안기름유출 사건 때 현장에 직접 가보니까 물이 들어오는 시간 때문에 기름을 닦아낼 수 있는 시간이 세 시간이 채 안 되더라고요. 한 사람당 한 평 정도를 다 못 닦는데 모래에 스며든 기름을 천으로 닦아내고 또 다른 천으로 닦아내도 기름이 계속 남아있었어요. 두 번째 갔을 때는 고압세척기로 해서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그 사건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긴 어렵겠죠.”
또한 전국 단위를 넘어 해외에도 그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으로 있던 시기에 지인의 권유로 네팔에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네팔 카트만두에 책이며 학용품, 운동기구, 현금을 지원했고, 이 이후로 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는 지금까지 네팔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많은 봉사활동 속에서도 그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역시 ‘마을’이다.
“마을은 숭늉처럼 구수해야 해요. 지금은 아파트가 많아 이웃끼리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주택가에 사시는 분들은 아직도 서로 정을 나누며 자주 왕래하고 있어요. 구수하다는 건 이렇게 서로 어려움이 있으면 십시일반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을 분위기인데, 이렇게 구수함을 내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혼자 이 사람을 도와주기엔 벅차겠지만 서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꼭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능력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이 모든 것들이 봉사예요. 봉사를 어떤 분야에 특정 짓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모두 봉사라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나서서 한다면 훨씬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나’, ‘너’ 이런 구분이 아닌 ‘우리’라고 여긴다면 누구나 이를 실천하게 되겠죠.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으로 여기고, 나보다 가족, 가족보다 동네, 동네보다 국가 이렇게 넓은 시야로 점차 나아갈 수 있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