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내가 사는 이곳에서,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안양시주민자치협의회 류현수 회장]

내가 사는 이곳에서,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안양시주민자치협의회 류현수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5.04.07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풀뿌리민주주의의 개념이 대두되면서,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 살림을 이끌고자 하는 노력들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호계 1동 주민이자 안양시민으로 풀뿌리를 튼튼하게 세워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봉사자가 있다.
주민자치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명칭이 달라진 지 20년이 지난 최근, 서울시에서는 모든 주민센터를 복지센터로 탈바꿈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앞으로 복지업무까지 주민자치에 맡기고, 관에는 행정서비스의 업무만을 남겨두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주민자치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래전 있었던 동사무소가 100% 관 주도적인 단계였다면, 주민센터는 관민이 협력하는 단계, 그리고 복지센터는 주민들이 자치를 이룬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안양시주민자치위원장을 3년째 맡고 있는 류현수(55) 씨는 오래 전부터 안양시에서 이러한 추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안양시에서는 노래교실이나 단전호흡, 댄스, 탁구, 헬스클럽, 청소년공부방, 작은도서관, 컴퓨터 교실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교실이나 시설에서 수강료를 받고, 강사료를 지급하고, 운영 계획을 세우는 업무를 동사무소 직원이 아닌 마을 주민이 처리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뿐이 아니다. 자치협의회를 복지분과, 체육분과, 프로그램 분과, 운영분과로 나누어 업무를 나누고, 분과별 회의 후에 여기서 나온 회의 안건을 본회의에서 결정하는 등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풀푸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류 씨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 내 주민자치를 완벽하게 이뤄내는 것이다.
“당진시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면적인 조례개정을 했어요. 제 임기가 이번 년도 12월까지인데, 임기 내에 우리 안양시도 이렇게 될 수 있도록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낮에는 새마을협의회, 밤에는 자율방범대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89년도, 지인의 추천으로 파출소에 소속된 봉사단체인 선진질서위원회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였다.
“도로로 나가서 거리질서캠페인을 하다 보니, 조그만 것이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참 좋은 일이더라고요.”
그 이후로 선진질서위원회위원장, 새마을협의회장, 자율방범대 호계지구계대장, 동안구총연합회장을 거쳐 안양시주민자치협의회장까지 오게 되었다.
새마을협의회에서 활동할 때는 헌옷모으기, 환경미화운동부터 시작해 전북 고창까지 가서 산 속에 있는 폐고철을 수거해 싣고 와서 처리하기도 했고, 1년 동안 큰 행사만 24건을 치러내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날들을 보냈다.
이 바쁜 와중에 자율방범대 운영이 어려워졌단 이야기를 듣고, 새마을협의회의 회원들을 모아 자율방범대 활성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방범대로 봉사하면서 청소년과 주취자의 안전을 위해 애쓰다보니, 경찰로 오인을 받아 분풀이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율방범대는 하다보면 사건들이 많이 생겨요. 취객들한테 맞아서 다칠 때도 많고요. 방범대원들 중에서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많아 다들 힘은 세지만 시민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잖아요. 대원들이 다쳐서 오면 그렇게 안타까웠어요.”
낮에는 새마을협의회, 밤에는 자율방범대 봉사를 하면서 재향군인회의 활동도 병행했다. 지금도 재향군인회에서 하는 어르신들 무료배식봉사에 2~3개월에 한 번씩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만든 북카페
이렇게 봉사에 매진하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그를 직업 없이 봉사만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는 건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30여 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직원들도 잘 해주고 있어서 이렇게 봉사에 빠져 지낼 수 있었다며 웃었다.
“봉사활동 초기에는 다들 내 할 일 다 하고 봉사는 남는 시간에 하겠다고 말해요. 나도 먹고 살아야 되는데 봉사가 우선이 될 수 있겠느냐고요. 그런데 봉사를 하다보면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독이 돼서 바쁜 와중에라도 시간을 쪼개서 하게 되죠.”
오랜 시간 봉사를 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차상위 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알게 되어 점점 봉사에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꿈새지역아동센터’를 또 다른 예로 들었다.
“‘꿈새지역아동센터’에서는 청소년 30여명 정도에게 식사배식을 해주면서 견학이나 캠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이걸 목사님이 운영하시는데, 시에서 주는 활동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거죠. 그러다보니 주변 지역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운영을 하거든요. 우리도 많이 도움을 주고 싶은데 우리도 넉넉하지는 않으니까 마음만큼 쉽지는 않죠. 그래서 사실 북카페를 열게 된 거예요.”
원래 동장실이었다던 이곳은 저렴한 음료를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북카페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주민들이 바로 옆에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이곳에서 독서를 즐길 수도 있고, 담소도 나눌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그러다보니 원래 있던 동장실은 카페 한 켠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렇게 만든 북카페의 모든 수익은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정착이 안 되고, 홍보도 덜 돼서 북카페 수익이 많지는 않은데, 이제 활성화가 돼서 어려운 분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호계1동북카페]
주 소 :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 835 2층
문 의 : 031-8045-4984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