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장애인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군포시장애인단체 전용석봉사자]

장애인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군포시장애인단체 전용석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5.03.31

“숨어서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잖아요. 본받아야 할 분들을 제치고 제가 인터뷰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하지만 이는 겸손일 뿐, 전용석 씨(72)는 장애인의 롤 모델이자 든든한 조력자로, 오랜 시간 덤덤히 장애인의 곁을 지키는 촛불이 되어 많은 이들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촛불이 되어 주변을 빛내다
그는 자신을 내어주면서도 밝게, 그리고 오랫동안 빛나고 있다. 그가 처음 불을 밝힌 건 지난 1996년, 군포에서 장애인단체를 공동으로 설립하면서부터였다. “그분과 함께 더불어 했을 뿐 제가 한 일은 많지 않았어요.”라며 손을 내젓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군포시장애인단체 총연합회 송기태 회장은 답답한지 전 씨가 하고 있는 봉사에 대해 대신 입을 열었다.
“매년 장애인단체에 후원을 굉장히 많이 해주고 계세요. 일 년에 기부하시는 금액만 해도 몇 천만 원 이상이니까요. 그뿐인가요? 후원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바쁜 시간을 내서 매번 저희 단체에 오셔서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며, 봉사에 참석하셔서 몸 바쳐 일하시고 계신데, 다른 사람 누구도 이렇게 못할 거예요. 자기 몸이 괴롭고 힘든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제가 단체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시고, 힘을 주신 분이면서 저희 단체 외에도 노인회관 운영위원으로, 또 이웃사랑봉사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세요.”
송 회장은 칭찬릴레이 바통을 넘겨준 당사자답게 끊임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이에 전 씨는 질세라 다시 칭찬의 주인공을 송기태 회장에게 돌렸다.
“며칠 전, 군포시 노인운영복지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송기태 회장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송 회장님이 오신지 얼마 안됐는데도 벌써 협회가 많이 변한 느낌이라고요. 단체가 잘 굴러가는 건 결국 회장의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듣고 송 회장은 장애인단체를 처음 설립할 당시, 전 씨가 사비를 털어 단체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다시 이야기의 중심을 전 씨에게 돌렸다.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찾아갔어요. 장애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인데, 나라도 같이 생활하면서 사회 생활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덜 들게끔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그 때 당시에는 가족들은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숨기기에 바빴고, 장애인 스스로도 창피하다며 사회생활을 기피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어려웠던 게 회원 모집이었어요. 그런데 하나 둘 인원이 모이고, 임원진들이 장애인 한 분, 한 분을 챙기면서 회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단체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겠지만요.”
장애인의 롤 모델로 우뚝 서다
그는 3급 장애인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 2,3,4,5번이 다쳐 허리에 링을 6개 박아놓은 채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술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곧 또 하나의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보다 견디기 힘든 건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이다. 이런데도 굳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가 장애인을 돕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 자신도 장애인으로 소외받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그는 장애를 딛고 큰 회사의 대표로 우뚝 섰다. 이제 그는 자신처럼 다른 장애인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게 장애인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어떤 직장이든 조그만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이뤄내면 못할 게 없어요. 그런데 이 힘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돌봐주고, 서투른 부분까지 안아줘야 해요. 장애인끼리, 혹은 비장애인이 주변에 있는 장애인의 자립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노력해주세요.”
힘을 합쳐 변화를 이끌어가는 우리
"제가 지금 70이 넘었는데 건강이 따라준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무런 차별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해야죠. 잘 아시다시피 아직 그렇지는 않잖아요? 가장 시급한 건 이겁니다. 최소한 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당장 오늘 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데 아직도 구석구석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요. 정부와 지자체, 봉사단체들이 더욱 노력하고, 장애인도 스스로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서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 변화가 자신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 단체가 단합이 굉장히 잘돼요. 경기도에 31개 시군에서 장애인단체가 모여 1년에 한 번 단합대회를 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가장 성적이 좋아요. 작년과 재작년만 봐도 노래자랑이며 족구며 모두 우승했어요. 안 해본 사람은 그 기쁨을 모를 거예요. 단순히 우승해서 기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기쁘고 행복한 거죠.”
마지막으로 그는 봉사를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데, 그저 슬픈 일에는 같이 슬퍼해주고, 힘든 걸 조금만 나눠들어준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10만큼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열 명이 1씩만 도와주면 돼요. 어차피 이렇게 도움을 받을 만큼 어려운 이들은 소수고, 1정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되는 미래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