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의왕시자원봉사센터 지관섭 소장]
나의 천직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의왕시자원봉사센터 지관섭 소장]
by 안양교차로 2015.03.24
임기를 4개월 앞둔 의왕시자원봉사센터 지관섭 소장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서 좋은 일을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4년을 돌이켜 봤을 때도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많이 남았다. ‘이게 나의 천직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지난 4년을 추억한다.
봉사 이후에 꿈꾸는 또 다른 봉사
우연인지 운명인지 지관섭 소장(53)이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의왕시자원봉사센터에서였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이웃의 소개로 가족봉사에 온 가족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였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아이에게 나눔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싶어서였다. 장애인 단체에서 함께 보조 활동을 하고,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는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도 전에 없던 봉사에 대한 생각이 자라났다.
그 뒤 교통정리나 수중정화활동 등 지역봉사를 시작했고, 그러던 중 적십자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의왕시지구협의회장을 6년간 맡게 되었다. 소외 계층 인도사업, 적십자회비 모금, 헌혈캠페인을 진행하며 점차 봉사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이렇게 각종 봉사단체 임원으로 10년 이상 재직하자 자원봉사센터 소장의 지원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제가 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다른 봉사단체와 유기적으로 협조가 필요한 일이 많아요. 이런 과정들이 있어서 단체의 임원들이나 봉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부족한 부분을 알아주기에 더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를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한국청소년운동연합 장태환 회장도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지관섭 소장님은 적십자 의왕지구협의회도 잘 이끌어 오셨고, 지금 의왕시자원봉사센터에서도 기존에 산재되어 있던 봉사단체를 연결해 필요한 곳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원만하게 끌어오고 계세요. 저는 돈으로 하는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자신의 모든 시간을 써가며 봉사하는 것이 진짜 하기 어려운 봉사라고 생각하거든요. 지 소장님이야말로 몸소 이를 실천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소장으로서 남은 기간은 단 4개월이지만, 그는 소장 임기 이후에도 봉사를 꿈꾸고 있다.
“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성실히 수행하는 게 우선이고요. 그 다음에는 노인이나 청소년, 다문화가정 상담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로서 다시 활동하고 싶습니다.”
1세대 봉사활동을 넘어 2,3세대 봉사활동으로
1세대 자원봉사활동이 자원봉사자들의 육체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봉사였다면, 이제는 점점 문화가 발전하고 수혜자의 욕구도 더 다양해지면서 점점 더 수준 높은 봉사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의왕시자원봉사센터에서도 이에 맞춰 4년 전부터 ‘다섯손가락’이라는 이름의 재능기부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이 수지침, 네일아트, 손맛사지, 풍선아트, 종이접기 등의 교육과 재교육, 보수교육을 받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종이접기반은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친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어르신들이지만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사각모빌이나 꽃을 만들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종이접기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신다고 한다. 또한 봉사자 스스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봉사가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봉사를 함으로써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지관섭 소장이 처음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던 가족봉사단도 지금까지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자원봉사 센터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무언가를 만들어 전달하거나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면서 자녀와 부모 모두 행복감과 뿌듯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주로 중고등학생의 자녀와 그 부모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1년 단위로 인원을 뽑아 1년 동안 진행한다.
지인들을 봉사로 이끌어주세요
그는 무보수성, 지속성, 공익성, 공정성 등 자원봉사의 특징 중 ‘지속성’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풍족한 이들은 느낄 수 없겠지만 부족한 이들에게는 식사 한 번, 목욕 한 번이 귀한 시간이고, 귀한 기회이다.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그날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 그 약속이 깨지면 봉사자와 수혜자 간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가 모두 무너진다. 열 번 봉사를 해도 한 번 실수가 크게 다가오는 것이 봉사다.
“약속에 늦을 수도 있고, 못 지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전에 연락을 주시면 저희도 다른 사람들이 대신 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거든요. 이 부분은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서상 직접 자원봉사센터에 찾아와 봉사를 하고 싶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은 만큼 주변의 지연, 혈연 등을 이용해 함께 봉사를 해보라고 조언한다.
“봉사를 하시는 분들은 봉사를 굉장히 쉽게 생각하거든요. 자원봉사뿐이 아니라 내가 한 번 갔던 길은 두 번째 갈 때는 더 쉽고, 친숙해보이잖아요? 처음에는 주변에 봉사하시는 분들과 함께 오셔서 해보세요. 그렇게 봉사를 시작한 다음 더 욕심이 생기거나 하고 싶은 봉사가 생기면 언제든지 자원봉사센터로 찾아와주세요. 지금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은 지인들을 봉사로 이끌어주시고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돕게 하세요. 지금의 저처럼 그 지인도 여러분께 감사하면서 봉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