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나로 인해 나도, 받는 사람도, 내 주변 사람도 행복해지는 일 [한국부인회 안양시지회 이해옥 회장]

나로 인해 나도, 받는 사람도, 내 주변 사람도 행복해지는 일 [한국부인회 안양시지회 이해옥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5.01.27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일부터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편에 서는 일, 우리들의 먹을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 등. 한국부인회를 이끌어 나가는 이해옥 (67) 회장이 모임 내에서 중점적으로 해오고 있는 봉사들이 바로 이런 일들이다.
복지관 봉사부터 소비자 보호활동까지
한국부인회에서 주기적으로 나가고 있는 봉사만 해도 한 달에 5~6번이다. 호계복지관, 관악장애인복지관, 수리장애인복지관은 한 달에 한 번씩, 석수요양원은 한 달에 두세 번씩 꼭 찾는다. 가서 하는 일은 대부분 주방봉사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많은 인원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두 번째로 하는 일은 소비자고발센터를 운영하며 소비자교육을 하는 일이다. 소비자 교육은 1년에 8번씩 이루어진다. 79년 안양 물난리 이후 1년에 8번 삼성, LG에서 하는 AS 중 접수를 돕는 일 또한 한국부인회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봉사 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보조금이 지원되었지만 이제 보조금은 지원이 되지 않아 회비로 운영해야 해서 올해부터는 횟수가 줄어들 예정이라서 아쉬움을 더한다.
어려움은 하나 더 있다. 2012년까지 아나바다 운동을 하며 자체적인 바자회를 했었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아 현재는 수익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수익사업으로 번 돈은 연말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에 쌀로 배달된다. 이전까지는 30포였으나 작년부터는 50포로 지원을 늘릴 수 있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감시활동으로는 농산물 원산지 표시 캠페인을 하고 있다. 14명의 회원이 시장에 찾아가 원산지 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7명의 회원들은 과천 식약청과 함께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결혼 간소화 캠페인도 벌이는 등 사회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소한 시작이 큰 물결이 되어
현재는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해옥 회장의 시작은 굉장히 사소했다. 막둥이가 3살 되던 85년, 지인이 자신이 있는 부녀회에 이 씨를 추천했다. 새마을부녀회에 소속되어 두부를 만들고, 기름을 짜며 회비를 모아서 다 같이 놀러가거나 기부를 했다. 동네에 있는 흔한 부녀회였다.
예비군 훈련이 있으면 밤참으로 국수를 만들어 가져다주고, 동원훈련 때에는 새벽에 따뜻한 차를 준비했다. 복지관 어르신들 산책도 도왔다. 휠체어를 밀어 드리며 말동무가 되어 드렸더니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떠올랐다.
“봉사를 시작할 때, 저는 그랬어요. 봉사에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따라하게 된 거죠. 그런데 계속하다보니, 봉사를 함으로써 ‘나와 우리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사의 재미를 알아갈 무렵, 그녀는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활동을 멈춰야 했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후 10년여가 지난 뒤, 99년부터 그녀는 본격적으로 한국부인회 안양시지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회원으로서, 그리고 임원으로서 주방봉사며, 작업장 봉사 등 앞장서서 노력하다보니, 2013년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임기는 3년, 올해까지이다.
“한국부인회의 역사가 50년이 넘어요. 우리 안양지회만 해도 30년은 됐고요. 80을 바라보시는 이사님들을 포함해 우리 안양시지회 회원이 46명입니다. 한국부인회에 대한 자부심만큼 앞으로도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며 전통을 이어가야죠.”
봉사의 맛을 알려주는 한국부인회
그녀가 회장으로 한국부인회를 이끌어나가며 가장 뿌듯한 점은 회원들이 봉사의 맛을 알아간다는 점이다. 어려운 집에 쌀을 배달하며 얼마 되지 않는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을 보면 조금씩이라도 회비를 모아 돕는 일에 열성적이게 된다고.
앞으로 남은 1년, 그녀의 목표는 역시 봉사를 더 ‘잘’ 하는 것이다.
“수익 사업이 잘 돼서 올 12월에는 작년 12월보다 더 많은 가정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쌀 몇 포라도 더 살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죠.”
현재 한국부인회에서는 직접 짠 참기름을 사서 판매하거나 믿을만한 곳에서 가래떡을 뽑아 판매한다. 다행히 참기름과 가래떡이 입소문이 나면서 수익금을 모으는 데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봉사를 원하는 많은 여성들이 부담 없이 봉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고 있는 한국부인회는 각자 본인이 원하는 봉사를 선택해 맡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손맛이 좋거나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복지관에서 주방봉사를 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면 소비자 교육이나 소비자 상담을 택할 수 있다. 마음 맞는 이들이 모여 봉사를 하기 때문인지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
“제가 불교를 믿어요. 그래서 절에 가서 하는 보시도 있지만 이렇게 몸을 써서 봉사하는 것도 보시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봉사하다보면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 복이 많이 가겠죠. 저로 인해 저도, 받는 사람도, 제 주변 사람도 행복해지는 일이에요.”
오랜 시간 봉사를 이어온 원동력을 묻자, 그녀는 우문이라는 듯, 현답을 했다.
“길게 하려고 한다기보다 시간이 흘렀어요. 시간이 이렇게 오래됐는지 저도 몰랐네요. 요즘에는 봉사도 몸이 건강할 때 부지런히 해놔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움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봉사를 해야죠.”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

[한국부인회 안양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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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안양시 동안구 동안로 153 동안여성회관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