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최종숙 회장]

봉사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최종숙 회장]

by 안양교차로 2014.12.30

봉사단체를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은 한 둘이 아니다. 소소한 문제부터 장기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까지.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봉사단체 또한 누군가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 이 때 큰 울타리의 역할을 하며 이들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이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장 최종숙 회장(54)은 이 울타리를 더욱 튼튼히 하고 있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라는 울타리의 역할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는 23개 봉사단체가 같이 모여 있는 협의체로, 봉사단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봉사를 하고 있다. 최근 12월 21일에는 공설운동장에서 안양시 여성 활동 평가회 및 여성대회를 열기도 했다. 공설운동장에서 2000명이 모여 안양에서 봉사를 한 모든 여성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를 격려하며, 단합하는 자리였다. 많은 단체들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대회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가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순회강연과 바자회도 포함된다. 안양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지 벌써 3년. 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이에 따른 홍보를 맡아서 하고 있다. 작년에는 31개 동을 다니면서 올해는 어르신들이 계신 노인정, 10군데를 선정해서 교육을 했다. 또한 봉사단체의 회장을 모아 1년에 한 번 여성리더쉽교육을 진행한다.
매년 봄 크게 열리는 바자회도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에서 가장 크게 하는 사업이다. 23개 봉사단체가 참여하여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 모두는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올해로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가 생긴 지 29년이 되었고, 내년에는 30년이 되요. 안양이 타 시보다는 여성단체협의회가 빨리 정착을 해서 다른 시에서 와서 벤치마킹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라는 크고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현재 자원봉사회, 녹색어머니회, 적십자, 교통안전, 의용소방대 등 그 성격에 맞는 단체들이 모두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 스스로도 열심히 활동을 하지만 협의회에서는 어떻게 하면 단체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
최종숙 회장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이지만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꽤 오래전 일이다.
“봉사라는 걸 꼭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세상을 살면서 한 가지는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한다고 젊어서부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어머니,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어렸을 때, 저는 경상도 예천에 굉장히 첩첩산골에 살았어요. 보리밥을 못 먹는 시절에도 우리 집은 밥 굶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은 동네에서 어려우신 분들한테 식사를 대접했죠. 나눠주는 걸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자랐으니 나눠먹고 나눠주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그리고 커서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나는 누구 한 사람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지기도 했고요.”
최종숙 회장이 봉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2년 전 아이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시키면서부터였다. 이 때 했던 봉사는 녹색어머니회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켰던 일이다.
“지금과는 달라서 사람들이 교통수칙을 잘 지키지 않았어요. 오히려 교통수칙을 지키라고 말하는 봉사자들이 욕을 먹을 정도였어요. 또 아이들도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뛰어가니까 사고의 위험이 높았고요.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무사하게 했을 때 보람이 굉장히 컸죠. 돌이켜 보면 봉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그 때였던 것 같아요.”
그 후에 최 회장은 교통안전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면서 10년 동안 어린이교통안전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다보니 녹색어머니연합회장, 어머니안전지도자회장을 거쳐 지금의 협의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봉사를 하다보면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요. 이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빠져서 하게 됐네요. 혼자 스스로만의 보람을 느끼는 거죠. 지금 나이 먹고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그 시간에 돈을 벌었으면 제 생활은 훨씬 윤택해졌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같은 보람은 없었겠죠. 그 때 봉사를 시작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봉사단을 챙기는 어머니의 마음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를 이끌어 나간 지 이제 1년이 된 최종숙 회장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가 큰 단체잖아요. 봉사자로 활동하다가 회장을 하고나니 제가 회원으로 일할 때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맡아보니 굉장히 무거운 자리에요. 왜냐하면 단체장 22분이 모두 다 마음이 맞아야지 탄탄하게 가잖아요. 선대 회장님들이 잘 다듬어 놓은 단체를 조금이라도 더 활성화를 시켜서 많은 봉사단체를 이끌어가길 바랐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
매달 2일.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사무실에 단체장들과 역대 회장들, 이사들 53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협의회가 생기고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이 회의에서는 각 단체들이 지난 한 달간 했던 봉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한 달 계획에 대해서 공유한다. 이를 통해 큰 행사가 있으면 다른 단체들의 도움이나 참여를 요청하기도 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협력한다.
“제가 정말 복이 많다고 느껴지는 건 모든 단체장분들이 협의회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시면서 협조해주신다는 점이에요. 협의회가 잘 돌아가면 엄마가 자식들 밥 잘 먹여놓으면 배가 부르듯이 제가 그 단체를 가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뿌듯해요. 반대로 간혹 삐걱거리는 단체가 있으면 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어도, 마음이 무겁고요. 어떻게 선을 그어 해결하기도 쉽지 않고, 지켜만 보기도 힘들어요. 그래도 1년을 해보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이 큰 모임을 이끌어 올 수 있었네요.”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