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라 [사랑의집수리 김진욱 봉사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라 [사랑의집수리 김진욱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4.10.28

각 산업현장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쌓고 전문 기술을 발휘한 기술자에게 대한민국명장의 명예가 주어진다. 사랑의집수리 김진욱(58) 봉사자는 건축시공분야에서 이 명장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실력으로는 물론 봉사로도 동종업계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자부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나의 재능, 나의 봉사
어렸을 적, 그의 집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식구는 많았고, 모든 자식이 학교에 진학하기는 어려웠다. 농사일도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건축업계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는 지금 건축시공분야에서 대한민국명장으로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친환경건축과 문화재 건축 등 전문가가 필요한 건축현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고등학교, 귀농지원프로그램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 사랑의집수리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 기능장으로 있을 때였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나 생활비가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후원금을 많이 내서 누군가를 돕기에는 어려웠고, 내가 가진 이 재능을 살려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랑의집수리를 만나게 되었죠. 그때 사랑의집수리는 아주 초기적인 단계였는데, 제가 제 직업을 이용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당시 기능장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 씨는 기능장을 포함하여 건축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봉사를 권유했다.
“저는 의무적인 봉사활동 제도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마음에 우러나오지 않는 봉사가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봉사를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해요.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이 있고, 일을 하고 나서 보람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처음이야 어떠했든 나중에는 진심으로 봉사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봉사는 주변에 많이 알려야 해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해야죠.” 이것이 그의 제자 중 그와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들
오랜 시간 사랑의집수리에서 봉사를 이어온 만큼 기억나는 일화도 많다.
김 씨도 봉사 초반에는 회사 생활과 봉사를 병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신 집에 난방관이 터졌다며 수리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예상외로 공사가 커졌다. 전화를 받았던 날 밤늦게까지, 또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보수가 이어졌다. 회사 직원들까지 부랴부랴 불러 모아 간신히 마무리 지었다. 한겨울 차가운 바닥에서 노부부가 누워서 보내야 할 밤을 하루라도 줄이고 싶어서였다.
어느 날은 한 할머니가 집에만 있으면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방문했다. 연탄가스 즉,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고가 잦아 안정성을 높인 연탄 새마을보일러를 많이 쓰던 동네였다. 그런데 이 집은 가스통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연기를 내보내기 위한 허름한 출입문 바깥으로 이어진 굴뚝은 모두 녹아내려 있었다. 자칫하면 가스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저번에는 물이 그대로 흐르는 데서 위에 스티로폼 깔고, 장판 깔고 사는 분들도 봤어요. 그런 모습 보면 누구나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그런 마음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 더 노력해야겠죠.”

복지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그는 사랑의집수리 초창기에 주로 몸으로 직접 현장에서 뛰는 역할을 하다가 지금은 단장으로서 조직을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벽돌을 한 장, 두 장 쌓았다면 지금은 벽돌을 쌓을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천 명 이상의 후원자와 다수 봉사단체가 협력하면서 단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랑의집수리는 그저 봉사에 대한 열정만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단체는 아닙니다. 전문기능인들이 다수 참여해서 일반봉사자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해요. 친환경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처럼 그저 도배를 해주고, 장판을 갈아주는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는 경기도청 환경정책과에서 사랑의집수리에 의뢰를 한 사례도 있어요. 우리 단체가 저소득층의 환경개선작업을 주도한 경험이 쌓여서 실질적인 업무를 위탁한 거죠. 이렇게 다양하게 활동범위를 높여가면서 더 많은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폭이 넓어졌으면 해요.“
그는 봉사의 존재 이유로 이성적으로 수혜 여부를 판단하는 복지가 닿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객관적인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아서 도움을 못 받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속한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아들이 수입이 많은데도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다든가 하는 경우죠. 혹은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차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류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에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들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김 씨는 앞으로 사랑의집수리 같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에게선 대한민국명장으로서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만큼이나 봉사활동에 대한 소명의식이 느껴졌다.
취재 강나은 기자 naeun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