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생각입니다” [안양동안경찰서 모범운전자회 지영주 감찰과장]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생각입니다” [안양동안경찰서 모범운전자회 지영주 감찰과장]

by 안양교차로 2014.05.20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탓이다. 안양동안경찰서 모범운전자회(이하 동안모범운전자회) 지영주(48) 감찰과장이 봉사와 처음 맞닥뜨렸을 때도 그랬다. ‘내가 무슨 봉사야’하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봉사를 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거리낌은 사라지고 보람과 뿌듯함이 마음을 채웠다.
부흥고 삼거리의 교통안전 지킴이
오전 7시 30분. 지영주 감찰과장이 상쾌한 아침공기를 뚫고 부흥고 삼거리로 나선다. 부흥초등학교, 부흥중학교, 부흥고등학교가 줄줄이 붙어있어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삑! 삑삑!’ 지 과장이 입에 문 호루라기가 목청을 높인다. 군인 못지않게 각이 선 그의 수신호에 맞춰 자동차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덕분에 학생들은 한결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넌다. 지 과장이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오전 9시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교통정리 봉사를 합니다. 자식 같은 아이들의 길거리 안전을 지켜주고, 더불어 자동차들의 통행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봉사인 셈이죠.”
지 과장의 본업은 버스기사다. 격일제로 일하는 직업 특성에 맞춰 이틀에 한 번 대로변으로 나와 봉사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출근도장을 찍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렇게 봉사한지가 벌써 7년째다.
“누구든 좋아하는 일은 열 일 제쳐놓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교차로에서의 교통정리 봉사가 좋으니 계속 나와서 하는 것일 뿐이에요.”
지 과장은 동안모범운전자회 감찰과장으로서의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감찰과장의 주 업무는 범법차량보고서‧신규 대원 입회 서류 등 법규나 서식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원의 복장 관리‧내부 질서 확립 등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에겐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어르신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지 과장이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때가 있다. 삼영운수 여심회와 함께 봉사하는 시간이 바로 그때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여심회와 함께 움직인다. 나자로 마을에서 시설을 깨끗이 청소하는가 하면, 사랑의 양로원에서 몸을 못 가누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목욕도 시켜드린다.
“동료 기사의 권유로 9개월째 여심회 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시기에 만나는 어르신들이 모두 제 어머니, 아버지 같아요. 어르신들을 만날 때는 ‘봉사한다’는 생각은 접어요. 대신 우리 부모님 집 청소해드리고, 몸도 깨끗이 씻겨드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몸을 움직입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기에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고, 더불어 실수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어느 어르신을 씻겨드려도 자신 있습니다.(웃음)
이제 봉사는 제 생활입니다!
봉사라면 두 발 벗고 나서는 지 과장도 처음에는 봉사하기를 망설였다. 봉사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7년 전, 동료 기사들이 “교통정리 봉사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을 때 몸을 사린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봉사의 보람을 그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동료들은 그 후에도 여러 번 봉사를 권했다. 그러자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슬며시 들었다.
“처음 봉사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섰을 때의 그 뿌듯함과 보람! 여전히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행복했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봉사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여심회 활동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심회 소속 동료 기사의 계속되는 권유에 ‘한 번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동참했다. 어르신들을 씻겨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하기도 했다. 그 순간 부모님이 생각났고, 어르신들이 자신의 부모님처럼 느껴졌다. 봉사를 해봄으로써 ‘또 다른 봉사의 맛’을 느낀 것이다.
“이번 기회에 되짚어보니 동료들이 저를 봉사의 길로 인도했더라고요. 그분들에게 정말 고맙죠. 그들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평생 몰랐을 거 아닙니까.(웃음)”
이제는 가족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지 과장의 봉사활동을 응원한다. 동안모범운전자회 푸른 제복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영주 씨, 오늘도 봉사가시나 봐요. 멋지십니다!”라며 말을 건넨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를 정도로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는 누가 권하지 않아도 봉사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립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어려운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분들이 절 원하신다면 천 리 길이라도 마다 않고 찾아가 도움을 드릴 생각입니다. 이제 봉사는 제 생활입니다, 생활!(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