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모래놀이치료로 웃음 찾아드려요” [이정화 심리상담연구소 이정화 소장]

“모래놀이치료로 웃음 찾아드려요” [이정화 심리상담연구소 이정화 소장]

by 안양교차로 2014.04.01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모래가 있다. 그 모래를 만지면 내 안에 있던 화가 사그라지고 어느새 행복이 찾아든다. 이정화 심리상담연구소 이정화(48) 소장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그 모습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본다. 그녀에게도 어느새 행복이 찾아든다.
작은 모래 상자로 마음을 치유하다
“잘 지냈어?” 반갑게 안부를 묻는 이정화 소장과 아이 사이에 가로 70cm, 세로 50cm의 상자 하나가 놓여있다. 아이는 상자 안에 수북이 쌓인 모래와 상담실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 개의 피규어를 가지고 차츰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 소장은 그저 가만히 아이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어느새 40분이 지나고, 모래놀이에 심취해있던 아이가 모래 묻은 손을 턴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다.
매주 수요일, 이 소장은 안양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달팽이 상담센터를 찾는다. 주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달팽이 상담센터 방문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소장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한 아이들에게 모래 상자를 내밀고, 그 안에서 그들의 마음 상태가 펼쳐질 수 있도록 지켜본다. 모래놀이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한 회기당 50분 정도 시간이 걸려요. 아이들 모래놀이에 40분, 보호자 상담에 10분을 쓰죠. 아무리 모래놀이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해도 양육 패턴이나 주변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똑같은 상처를 받게 될 테니까요.”
“이 일이 제 천직이에요”
달팽이 상담센터와 이 소장의 인연은 2009년 시작됐다. 당시 그녀는 모래놀이치료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달팽이 상담센터 정현숙 소장을 소개시켜준 것. 이를 계기로 그녀는 달팽이 상담센터에서 1년 반 동안 인턴 생활을 거친 뒤, 지금까지 센터에서 모래놀이치료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이 소장은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달팽이 상담센터에 오지 않는 날에도 그녀는 서울에 있는 상담센터 ‘허그맘’, 인천 동구 청소년복지센터 등에 나가 곤경에 처한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길거리에 부스와 테이블을 차려놓고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아웃리치’ 활동과 이정화 심리상담연구소에서의 상담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이도 모자라 대학원에서 아동상담심리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으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웃으며 내담자를 맞이한다.
“사실 상담이란 건 힘이 빠지는 일이에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분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어떨 때는 하루에 여덟 케이스를 상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몸에서 힘이 쭉쭉 빠져요. 하지만 저를 찾아온 분들이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상담일은 제 천직인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어질 그녀의 ‘행복 상담’
소싯적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자 컴퓨터 학원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녀는 주로 실업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자격증 강의를 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힘들었다. 아이들의 안하무인이 점점 더 심해졌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교편을 내려놓고 휴식기를 가졌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대학교 청소년교육과에 진학했다. 학사를 수료 후 대학원에 들어가 특수심리치료과를 들어가 미술 치료, 음악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배우다가 우연히 모래놀이치료를 접하게 됐다. 모래밭에서 마음껏 뛰노는 장면을 상상할 만큼 모래놀이치료에 무지했지만 왠지 마음이 끌렸고, 계속 모래놀이치료에 대해 공부해나갔다. 끊임없는 배움과 실습, 철저한 개인분석을 통해 경력을 점점 쌓아나갔고, 지금은 어느새 500여 케이스를 경험한 베테랑이 됐다.
“모래놀이치료와 저는 정말 운명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4~5년간 치료를 해오면서도 질리지가 않아요. ‘1,000케이스는 해야 제대로 된 치료사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그에 비하면 전 아직 멀었죠, 뭐.(웃음)”
학사 공부를 할 때 불타올랐던, 상담을 향한 그녀의 열정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최근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도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상담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제 상담은 그녀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고, 그녀 행복의 원천 중 하나다.
“상담일이 특별히 저에게 어떤 의미라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당연히 평생토록 해야 할 제 삶의 일부인 거죠. 그렇기에 앞으로도 상담을 잘하기 위해, 내담자의 ‘마음 건강’을 되찾아주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할 거예요.”
현재 운영하는 이정화 심리상담연구소를 크게 키워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상담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학부모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며 정보를 나누는 ‘센터다운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이정화 소장. 마음 아픈 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그녀의 ‘행복 상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