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동네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기뻐요” [석수1동 주민자치위원회 송양희 간사]

“동네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 기뻐요” [석수1동 주민자치위원회 송양희 간사]

by 안양교차로 2014.03.25

“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꽤 오래됐네요.” 석수1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송양희(44) 씨는 ‘인터뷰 오신다기에 지난날을 되짚어봤다’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긴 세월을 어찌 단번에 풀어낼 수 있으랴. 이윽고 생각을 가다듬은 그녀가 입술을 움직였다. 곧 지난 10년간의 봉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들어선 봉사의 길
“사실 처음에는 봉사하려고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송양희 씨는 석수1동의 모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았던 10여 년 전을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그녀는 아파트 재건축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입주민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부녀회에 들어갔고, 이를 계기로 1기 부녀회장까지 맡게 됐다. “그때까지 전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한 경험이 없었어요. ‘일단 들어가서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이 컸죠. 그런데 막상 부녀회에 들어가니 할 일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손으로 직접 해보고, 발로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었죠.”
부녀회장 취임 직후 송 씨는 부녀회원들과 함께 폐지와 빈 병을 주워 팔았다. 적은 돈이었지만 착실히 모았고, 어느새 돈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송 씨는 그 돈으로 아파트 화단에 펜스를 쳤다. 애써 가꾼 꽃나무들이 사람들의 무심한 발길에 죽어가는 게 안타까웠던 것이다. “부녀회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힘을 합친 결과였죠. 지금도 발걸음을 옮기다가 펜스를 발견하면 참 흐뭇해요.”
길거리 안전은 우리에게 맡기시라!
송 씨는 아파트에서의 부녀회장 경험을 토대로 석수1동 새마을부녀회에서 활동했다. 자연히 봉사자들과 교류가 많아졌고, 여러 가지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석수1동 어머니자율방범대(이하 어머니자율방범대) 활동도 지인의 소개를 통해 시작하게 됐다고.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동네 길거리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과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석수1동 방범활동을 펼쳐나갔고, 어느새 ‘어머니자율방범대 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9년째 봉사 중이다.
30여 명에 달하는 어머니자율방범대의 대원들은 두 개조로 나뉘어 움직인다. 한 조는 수요일 오전 12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다른 한 조는 목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활동하며 석수1동 치안 유지에 한몫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일찍 하교해요. 그때 주요 길목마다 방범대원을 배치해서 안전한 하굣길이 되도록 하고 있죠. 또 목요일 저녁에는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범활동에 나서요. 지구대 및 남성 자율방범대와 긴밀히 연계하여 안전한 밤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 힘의 원천, 두 아들
송 씨의 봉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석수1동 V터전(이하 V터전)에서도 5년째 봉사 중인 것. 동네 주민들을 위해 탄생한 V터전은 미니자원봉사센터로, 자원봉사 상담 및 배치와 관리·민원 접수·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봉사 참여·자원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 및 지도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두 시간 동안 석수1동 주민센터 내 마련된 V터전에서 봉사한다.
봉사 외에도 송 씨는 2년 전부터 석수1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 뽑혀 열심히 활동 중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석수1동 주민센터에서 업무를 보며, 각종 주민자치프로그램의 관리와 운영, 참가자 및 강사진 민원 처리가 주된 임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700여 명의 주민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봉사 권유하기도 좋고, 일하기도 즐겁더라고요. 제가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웃음)”
봉사 그 자체로도 큰 보람을 느끼지만, 송 씨는 두 아들을 볼 때 어느 때보다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봉사 정신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예의범절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측은지심(惻隱之心)까지 갖춘, 누구보다 예쁜 아이들을 보며 송 씨는 오늘도 힘을 내 봉사한다.
“시간이 나면 양로원, 복지관 같은 곳에 가서 청소도 하고, 목욕도 시켜드리는 등 몸을 써서 직접 봉사하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봉사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고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당당한 엄마가 돼야하지 않겠어요?(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