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봉사는 평안이자 사랑입니다” [아름채노인복지관 이대식 봉사자]

“봉사는 평안이자 사랑입니다” [아름채노인복지관 이대식 봉사자]

by 안양교차로 2014.02.25

조국 광복과 한국전쟁, 한강의 기적을 거친 1936년생 이대식(76) 씨는 6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이다. 언제 어디서든 잃지 않는 그의 미소가 동안의 주요 이유다. 어떤 삶을 살아가기에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봉사’다.
믿음으로 아름다운 뜻 펼치다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의왕시 아름채노인복지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천주교에 적을 둔 봉사자들이 많다. 이대식 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의왕성당으로 교적을 옮긴 뒤 꾸준히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어느 날 성당에 갔는데 아름채노인복지관에서 봉사할 교우들을 모집하더군요. 예전부터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교우들과 즐겁게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죠.”
이 씨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아름채노인복지관에 모습을 드러낸다. 월요일은 식당봉사를 하고 있는데, 식재료 검사는 물론이고 배식과 청소, 뒷정리까지 담당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식자재 검사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나머지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봉사한다. 한편 목요일에는 시청 주변 환경정리를 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두 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고 비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등이 땀으로 젖어있다. 하지만 길거리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나온 듯 개운하기 그지없다고.
이처럼 아름채노인복지관에서 아름다운 뜻을 펼치고 있는 이 씨를 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있다. 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복지관 로비에서 배즙, 김치 등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강식품을 파는 것이다. 아름채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에서 정성껏 만든 식품들의 수익금은 고스란히 복지관을 위해 쓰인다고 하니, 복지관의 재정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두 달 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쉽게도 환경정리봉사를 못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니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봉사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
이 씨는 해외산업역군이었다. 젊은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년 6개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에서 각각 1년 등 총 4년여 간을 해외 건설현장에 몸담았다. 귀국 후에는 서울에서 합판공장을 운영하며 생업을 이어갔다. 가난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다. 덕분에 자식들 모두 결혼시키고, 노후 자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건만, 은퇴 후 이 씨의 마음은 구멍이 뚫린 듯 휑했다. 뭔가를 해야 했다. 그때 일을 핑계 삼아 미뤄뒀던 종교생활이 떠올랐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당에 나갔고, 성당 내 봉사부터 차근차근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봉사는 점점 밖으로 번져갔다. 2006년 당시 거주하던 삼신아파트의 노인회장을 맡으면서 의왕시 자원봉사센터의 봉사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아파트 노인들과 함께 봉사에 매달렸다. 2008년부터 지금껏 아름채노인복지관에서 1,700시간 이상을 일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집에 들어오면 누울 곳부터 찾을 정도로 아프던 온몸이 점점 건강해졌다. 봉사자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며 마음속 우울증도 차츰 사라져갔다. 우울증이 사라진 자리를 보람과 뿌듯함이 채웠다. 마음이 즐거워지자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아름채노인복지관을 찾는 노인들과 저는 같은 또래잖아요. 같은 상황인데도 그들에게 봉사할 수 있으니 정말 좋죠. 그분들 심정을 이해하니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고요.”
실제로 이 씨는 아름채노인복지관의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종종 배식, 줄서기 문제로 노인들끼리 다툼이 벌어질 때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병원 예약이나 약속이 있는 분들은 급하니 새치기를 해요. 그러면 언성이 높아지는데, 각자 의견을 들어보고 약속 급한 분들이 먼저 밥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해드리고 있죠. 제 몇 마디에 다툼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드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이 씨는 그간 못한 봉사를 한 번에 몰아서 하려는 듯 점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아름채노인복지관에서의 봉사와 더불어 수요일 오후, 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행하는 환경정리봉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는 개인 사정으로 봉사활동을 하루 안 나가면 불안할 정도예요. 어떻게든 나가서 봉사하고 들어와야 마음이 편해요. 가족들도 제 봉사활동을 자랑스러워해요. 아내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제 자랑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아내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봉사해야죠. 안 그렇겠어요?(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