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꼭 해내고 말 겁니다!” [전라도옛맛손팥칼국수 김재권 대표]

“꼭 해내고 말 겁니다!” [전라도옛맛손팥칼국수 김재권 대표]

by 안양교차로 2014.01.28

“여기까지 뭐 하러 오셨어요? 전 한 것도 없는데.” 김재권 대표는 악수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서 숨길 수 없는 정이 묻어나왔다. “이왕 오셨으니 팥칼국수 한 그릇 자시고 가셔.”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팥칼국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 입 가득 머금은 팥물은 그의 마음을 닮아 뜨끈뜨끈했다.
팥죽에 마음을 담아 전하다
의왕시 청계동 한편에서 전라도옛맛손팥칼국수를 운영하는 김재권 대표. 그의 손이 유독 바빠지는 날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팥죽을 쑤는 날이 바로 그날. 김 대표의 식당에서 만드는 팥죽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그만큼 고되지만 손맛이 듬뿍 들어가 그 맛이 일품. 손수 팥을 찌고 갈다 보면 삭신이 아려오지만, 한 그릇 맛있게 비우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힘이 샘솟는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팥죽을 준비해야 하니 신경 쓸 게 많지요. 새벽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걸 빼면 특별히 힘든 건 없어요. 제 아내와 종업원들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팥죽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어르신들에게 보내는 팥죽의 양은 보통 50~100인분 정도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새벽잠 설쳐가며 정성껏 만든 팥죽은 의왕시 노인정과 복지관 곳곳으로 전달된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4년째 꾸준히 팥죽 봉사를 하고 있다. 2010년 3월 이래 유하비 씨(현 두원실버노인복지단 회장)와 힘을 합쳐 봉사해오다가 두원실버노인복지단이 창단되면서 이 단체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유하비 회장이 팥죽을 드릴 곳을 선정하고, 그에 따라 팥죽을 만듭니다. 한 달에 두세 곳에 팥죽을 대접하고 있죠. 어버이날 같이 특별한 날에는 500~600인분을 만들어 드리기도 합니다.”
보통은 다른 단원들이 팥죽을 나르지만, 인원이 부족하거나 일이 바쁠 때는 김 대표가 직접 출동한다.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팥죽을 나눠드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르신들을 뵈면 제 부모님 같고, 잘해드리고 싶어요. ‘팥죽 정말 맛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칭찬 들은 아이처럼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웃음)”
도움을 나누는 삶을 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번듯한 종합건설사 대표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이후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육체의 고단함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더 괴로운 나날이었다. 그럴 때일수록 더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기회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그의 성실함을 지켜본 전라도옛맛손팥칼국수 본점(안양시 만안구 석수1동 위치) 황옥 대표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 것. 그는 황 대표에게 팥죽의 비법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고마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지난 2010년 3월, 지금의 자리에 분점을 낼 수 있었다.
개업하자마자 김 대표는 봉사할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어려운 분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를 통해 유하비 회장을 만났고, 지금껏 함께 봉사를 해오고 있다.
“걱정스런 마음에 ‘가게 자리 잡기도 힘든데 무슨 봉사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사실 맞는 말이죠. 저도 누군가 시켜서 봉사를 시작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봉사이기에, 제가 받은 도움을 다른 분들에게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봉사를 시작했어요. 제 결정과 걸어온 길에 대해 전혀 후회 없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팥죽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김 대표의 식당은 의왕시장을 비롯한 명사들이 즐겨 찾는 ‘의왕시 대표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가게의 입지는 굳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말랑말랑하다. 그는 이제 팥죽 봉사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봉사를 구상하고 있다.
“종합건설사를 운영할 때 꿈이 하나 있었어요. 아파트 한 동을 지어놓고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분들에게 집 한 채씩 드리고 싶었죠. 이제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려고요. 공기 좋은 곳에 독거노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드리고 싶어요. 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니 함께 봉사하는 분들과 지인들의 힘을 조금씩 모아야죠. 꼭 해내고 말 겁니다!(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