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해피노인전문요양원 가복순 영양사] “어르신들 모두 제 부모님이에요”

[해피노인전문요양원 가복순 영양사] “어르신들 모두 제 부모님이에요”

by 안양교차로 2013.12.03

그녀를 보면 즐겁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뜨겁게 했을까. 속내를 조곤조곤 얘기하는 해피노인전문요양원(이하 해피요양원) 영양사 가복순 씨의 얼굴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한 끼의 행복’ 만드는 여자
복순 씨는 14년차 베테랑 영양사다. 그동안 회사, 학교 등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온 그녀는 육아 때문에 접었던 일을 다시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가지 말 못할 고충이 많은 영양사는 더 이상 하기 싫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 곳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때 해피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여러 번 연락이 와서 생각 끝에 면접을 보게 됐어요. 그런데 이사장님이 저와 같은 교회에 다니시는 거예요. 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해보니 저와 생각도 비슷했고요. ‘이곳이 나의 일자리구나’라고 생각했죠.”
면접을 본 뒤 월급 등 기타 조건에 상관없이 무조건 해피요양원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복순 씨. 이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해피요양원과 그녀는 아름다운 연을 맺었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사실 복순 씨는 이곳에서 일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회사, 학교에서의 식단과 요양원에서의 식단에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하지만 자신을 믿어준 해피요양원에 보답하고 싶어 갖가지 메뉴와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경우 치아가 약하고, 특히 치매 어르신은 식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주로 반찬을 갈거나 다져서 제공했다. 또 기름진 음식, 섬유질이 많은 나물 등은 피하고 저염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순 씨는 어르신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다. 식단 특성상 쓸 수 있는 재료와 만들 수 있는 음식이 한정되어있기 때문. 그렇다고 계속 죄송한 마음만 가질 수는 없는 상황.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르신들에게 한 끼를 대접하더라도 ‘제대로’ 만들어드리기로 마음먹은 것.
“노쇠한 어르신들에게 매 끼니는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식당 조리사들에게 늘 말씀드려요. ‘이게 어르신들의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으니 정성을 다해서, 최대한 맛있고 깨끗하게 음식을 조리하라’고요.”
복순 씨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해피요양원 권용준 이사장과 한기남 원장의 공이 컸다. 맛있고 건강한 식단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 덕분에 어르신 보호자들에게 “음식 잘 나온다. 어르신들이 좋아한다”는 칭찬을 종종 듣는다고.
“물론 제가 한 일도 있지만 원장님과 이사장님의 지원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예요. 신경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움, 사랑으로 발현되다
복순 씨의 활약은 식단 구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활동성 증진과 정신적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함께 요리하며 식단에 대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게 복순 씨의 설명이다. 또 쌀뜨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한 ‘EM발효액’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욕창을 효과적으로 소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드는 양이 일주일에 2L 페트병으로 70여 병 정도라고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려고 노력해요. 어르신들이 웃으시면 저도 기쁘니까요.”
복순 씨가 어르신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데는 직업적 사명감 외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치매로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늘 마음속에 있기 때문. 그녀는 “어르신들을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돌보면 꺼릴 게 없다”고 담담히 말한다.
“엄마가 비교적 일찍 치매에 걸리셨거든요. 제 형편이 나아져서 ‘이제 제대로 된 효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벌어진 일이죠. 항상 그게 마음에 걸려요. 그 마음을 어르신들에게 풀어놓는 거죠. 여기에 계신 어르신들 모두 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돌봐드리고 있어요.”
해피요양원에 온 뒤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복순 씨. 그녀는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있는 한 지금의 자리를 굳게 지킬 생각이다.
“매일 매일이 감사한 나날들이에요. 앞으로도 어르신들 손 한 번 더 잡아드리고, 포옹 한 번 더 해드리면서 맛있고 건강한 식사 대접해드려야죠. 그게 가장 큰 목표예요.”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