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아름다운 여행사 임영섭 대표]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아름다운 여행사 임영섭 대표]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by 김민정 박사 2013.11.26

4월이 되면 달안동은 유난히 고와진다. 동네 곳곳에 뿌리내린 벚나무가 연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 주민들이 벚과 함께 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임영섭 씨는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임 씨가 그리던 ‘아름다운 달안동’은 그의 두 손에 의해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동네에 희망의 나무를 심다
1993년 서울에서 이곳 달안동으로 이사 온 임영섭 씨는 안양시 시의원, 달안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달안동을 전국 최고의 명품 동네로 만들자’는 그의 생각은 불굴의 행동력으로 조금씩 빛을 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세대 1그루 꽃길가꾸기 운동’이다.
“제가 여기에 올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세워져있는 상태였어요. 나무가 울창해야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비로 벚나무 500주를 사서 동네 곳곳에 심었습니다. 또 200주의 꽃나무도 기증받아 심었고요.”
임 씨는 안양시 시의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산책로 주변에 벤치를 설치하고 장미꽃 터널, 무지개 터널 등을 세우는 등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달안동 샛별로는 사시사철 빛나는 산책로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처럼 성과가 뚜렷한데도 임 씨는 “모두가 주민들 덕분”이라며 겸양의 미덕을 보였다.
“사실 저 혼자 움직였다면 이 모든 걸 이룰 수 없었을 겁니다. 주변 분들께서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셔서 동네가 아름다워지고 있는 거죠.”
달안동을 위해 헌신하다
임 씨는 달안동 환경 정비와 동시에 민의를 지자체에 전달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1994년 달안동동정자문위원장을 역임한 이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및 고문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주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언을 하여 문화복지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처럼 임 씨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달안동 이주율이 50% 안팎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달안동에는 소형 아파트가 많기에 자녀가 클 때까지 잠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임 씨는 20여 년을 부심하며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그는 2012년 자랑스러운 경기도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동네를 위해 일할 원주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누구나 와서 살고 싶도록 동네를 가꾸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외에도 임 씨는 올바른 청소년 육성을 위해 장학금 지원, 공부방 개설 등의 활동과 함께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씨와 함께 과거 2,000여 건의 무료 상담을 진행하였으며, 아파트 부실공사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의 권익을 되찾아주는 등 달안동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저 아직 쌩쌩합니다!
달안동을 위한 임 씨의 활약상을 듣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자기가 사는 동네이기에 이처럼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 궁금증이 도진 것. 질문을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린 임 씨는 선조로부터 이어져온 동학 정신이 있었기에 동네와 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1894년 전라도 고부의 동학접주 전봉준 등을 지도자로 삼아 농민 수만 명이 참여한 동학농민운동 당시 집강소에서 활약했던 동학운동 함평접주인 임종량 선생의 증손자다. 임 씨는 동학운동의 핵심인 인시천 사상을 마음에 새기고 사람을 하늘 같이 섬기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지금껏 그가 청렴하고 소신 있는 행보를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여 년 세월을 이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달안동과 주민들을 위해 쏟아 붓겠다는 임 씨. 최고의 명품 동네를 향한 그의 발걸음은 고희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여전히 힘차고 든든하다.
“나무를 더 심어야 해요. 샛별로에 열린시장과 축제를 열어 주민들의 단합도 도와야죠. 스피커를 설치해 음악도 연중 틀고 싶고요. 이렇게나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멈춰서야 되겠어요? 저 아직 쌩쌩합니다!(웃음)”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