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주부 조용분 씨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예요”

주부 조용분 씨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예요”

by 안양교차로 2013.08.27

아이들의 즐거운 지저귐과 순수한 웃음소리는 조용분 씨를 분주하게 만든다. 일일이 부모에게 연락하고, 견학 장소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만치 기울어있다. 그녀도 다른 엄마들처럼 평범한 주부다. 다만 아이들의 해맑음을 지켜주고픈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뿐.
용분 씨의 시간은 바쁘게 간다
오늘도 용분 씨의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 생태 프로그램’과 더불어, 여름방학을 맞아 매주 화요일 관공서를 둘러보는 ‘방학 견학 프로그램’을 홀로 기획하고 진행하기 때문. 장소 섭외는 물론 강사 섭외, 교통편 선정, 명단 관리, 연락망 구축까지 꼼꼼히 챙기다 보면 한두 달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아이들 인솔, 경비 관리, 일정 관리를 모두 도맡다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덕분에 몸은 천근만근 납덩이 진 듯 무겁지만, 마음만은 천리만리 하늘을 날 듯 가볍다.
“제가 만든 무대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피로가 싹 씻겨나가요. 그러면 또 아이들하고 놀 궁리를 하는 거죠. 이럴 땐 머리가 팍팍 돌아간다니까요.(웃음)”
바쁜 와중에 짬이 날 때조차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이웃 아이들을 모아 직업체험, 방송국 견학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에 데려가는 것. 새벽까지 일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계곡에 놀러갈 정도로, 그녀는 아이들에게 푹 빠져있다.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이처럼 ‘아이 사랑’에 푹 빠져있는 용분 씨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은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한 그녀는 여느 어머니가 그렇듯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동딸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외동딸 맞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활발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 자랐죠. 딸의 변화를 보며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은 곧 행동으로 이어져 자전거 타기, 낙엽 밟기 등 부담 없는 놀이마당을 만들어 진행하기 시작했고, 생태 교육과 견학 프로그램 등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활동한 것이 어느새 2년. 학부모회 활동과 딸의 교우관계를 바탕으로 참여할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고 점점 퍼져나갔고, 15명으로 시작한 생태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가 어느새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반응이 좋으니 부모님들이 믿고 맡겨주세요. 또 기존의 견학 프로그램과는 달리 교통비와 식대, 외부 강사료만 받으니 경제적 부담도 없어 좋아하시고요.”
그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중에 돈 한 푼 남긴 적이 없다. 오히려 자비를 출연해 모자란 부분을 메우기도 한다고. 앞으로도 그녀는 참가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 전혀 없단다. 외부의 불합리한 개입을 막기 위해 후원도 일절 받지 않을 생각이다.
“돈은 안 남을지라도 아이들의 웃음, 부모님들의 마음이 남잖아요.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닌가요?(웃음)”
새로운 태동의 순간
용분 씨의 활발한 활동의 기저에는 남편의 이해와 후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녀가 공익적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된 것도 남편 덕분이라고. 그녀는 ‘백 점짜리’라는 수식어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남편이 워낙 긍정적인데다가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요. 이 사람 옆에 있으니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여기까지 왔죠. 남편이 제 생각을 이해하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활동도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앞으로도 중고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교육현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올해 안에 교육희망네트워크 의왕지부를 창설하고자 준비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 현 교육 시스템의 개선점을 도출하고, 이를 교육청 등에 전달해 아이들이 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교육은 참 중요해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학교를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죠. 제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해,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들어 이미 생명력을 다한 이 말이 그녀의 읊조림을 통해 새롭게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취재 강진우 기자 bohemti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