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삼성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김소영 회장 “교통사고 막는 하루 ‘50분의 기적’이죠”

삼성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김소영 회장 “교통사고 막는 하루 ‘50분의 기적’이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녹색어머니회라고 하면 아이들의 등·하교 교통안전 지도를 돕는 자원봉사 단체를 떠올린다. 보통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봉사조직으로 확장됐다. 김소영 씨는 안양 만안구 석수동에 위치한 삼성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으로 3년째 봉사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 길을 책임지는 녹색어머니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의 봉사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들의 교통안전 책임지는 ‘보디가드’
산업도로를 끼고 있는 삼성초등학교는 정문 앞 8차선 도로에 차들이 쌩쌩 달려서 아이들 등·하굣길이 안전하지 않았다. 학교 앞 도로에서 우회를 하는 차량이 실수로 학교로 진입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 그럴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녹색어머니회다. 혹시라도 한 명의 아이들이 안전지대를 이탈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을 가진 봉사대.
“녹색어머니들을 보면 그냥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도 범상치 않은 장면에서는 꼭 확인을 하고 차들이 접근할 때는 반드시 아이를 보호해요. 아이들과 차량이 뒤섞여 있을 때 아이들이 차량 사이를 통해서 등교를 하면 아찔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죠.”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이 차를 피해 안전하고 여유 있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하루 5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방학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를 하는 녹색어머니회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될 듯하다.
삼성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가 교통안전 지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양천 범람 시 등·하교 안전 지도를 비롯해 학교폭력 예방, 우범지대 순찰 등 아이들의 안전과 연관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올해부터는 봉사조직이 정규화 돼 어머니들뿐 아니라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봉사조직으로 외연이 넓어졌다.
지역주민 동참으로 기부문화 확산
“녹색어머니회를 기부 문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죠. 삼성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들뿐 아니라 가족들, 조부모들까지 누구든 참여가 가능해요. 결손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가정에서 참여하고 있는데 등록회원이 약 1,20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죠.”
녹색어머니회라고 하면 배식봉사 같은 의무적인 활동이라고만 알고 있던 시민들도 삼성초 녹색어머니회의 다양한 봉사 활동을 접하고 봉사자로 등록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강제성은 없되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조직으로 운영되는 녹색어머니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 우범지대와 사각지대 알리는 것’이다. 김소영 회장은 “내 자녀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라며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홍보되면서 지금은 자녀의 아버지, 조부모들이 폭넓게 참여하며 봉사기부로 자원봉사에 대한 긍정적 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하루 50분, 작은 노력으로 지역을 살린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저도 운전할 때 꽤 과속을 하던 사람이었죠(웃음). 지금은 스쿨존에서 서행을 하게 되고 신호 준수에도 더 신경 써요. 중요한 건 내 자녀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등굣길에 불편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먼저 한 걸음 나아가서 손을 내미는 게 아닐까 싶어요.”
유독 아이들과 마음을 연 대화에 능수능란한 김소영 회장은 알고 보니 학원에서 진학상담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서울이 고향이었지만 7년 전 안양에 내려온 뒤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있다고.
“석수동이 지역 특성상 외부로 확대된 지역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엄마들끼리도 서로 밀접하게 알고 지내고 동네 주민들이 워낙 가족같이 지내요. 외부와 단절된 부분이 오히려 단합력이나 단결력을 갖게 해준 힘이 된 거죠.”
우리 동네 아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학부모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삼성초의 등·하교 교통지도는 빈틈없이 안전하다. 하루 50분, 학부모들의 작은 관심이 모여 아이들의 365일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면 봉사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어머니들은 기본적으로 자녀들이 속한 학교나 단체에서 할 일이 많잖아요. 책임이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도 봉사가 아닐까싶네요. 작은 봉사의 손길이 하나둘씩 보태지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 봉사를 한다고 주저하지 마시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마인드만 있다면 봉사는 훨씬 쉬워질 거예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