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푸른환경운동본부 의왕시지회 성재만 씨 “봉사는 타인의 슬픔 덜어주는 일이죠”

푸른환경운동본부 의왕시지회 성재만 씨 “봉사는 타인의 슬픔 덜어주는 일이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성재만 씨는 지난 호 칭찬릴레이 주자인 성연옥 씨의 동생이다. 성씨 가족 육남매 봉사를 주도한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야채장사부터 크고 작은 일 안 해본 것이 없는 그는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인생을 사는데 돈은 둘째 문제고 중요한 것은 더불어 나누는 삶”이라고 말하는 그. 집수리 봉사를 통해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성재만 씨의 행복한 봉사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른손과 왼손이 힘을 합쳐서 봉사해야
의왕시 왕곡동 굴다리 옆 빈 공터에 가면 컨테이너 박스가 여럿 있다. 밖에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곳에는 의왕모범운전자회와 푸른환경운동본부 의왕시지회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성재만 씨는 건물을 옮기는 작업 때문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봉사 많이 했죠. 재해복구부터 시설봉사, 집 고쳐주기 활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설악산과 낙산사 화재 현장에도 투입되었고, 강원도 산사태 났을 때도 달려갔죠. 환경단체에는 5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어요. 봉사에도 순서가 있더군요.”
지인의 소개를 통해 환경단체에 참여한 이유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어릴 때 냇가에서 목욕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갈수록 하천이 오염되고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내 자식에게 물려줄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현재 19개 지역으로 나뉜 푸른환경운동본부에서 의왕시지회를 맡고 있는 그는 약 10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하천 보호활동과 학생들의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는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활동을 드러내놓고 하진 않습니다. 환경운동이라는 게 몸으로 보여줘야만 사람들에게 체감이 되는 것이거든요. 의왕에도 환경단체가 여럿 있지만 저는 오른손과 왼손이 힘을 합하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일에는 102번 버스기사, 휴일에는 봉사자로
환경보호 활동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활동의 폭이 제한적인 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정부 보조금 받아서 이름만 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성재만 씨는 “일부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정말 환경과 지역을 사랑하는 봉사자들”이라며 “봉사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가진 자들이 봉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없는 입장이지만 육체적으로라도 봉사를 하는 게, 봉사의 필요성과 개념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 역시 고생을 많이 해본 지난 삶이었다. 1톤짜리 트럭을 몰고 다니면 야채장사도 해봤고, 이런저런 개인사업도 연거푸 실패했다. 성재만 씨는 만약 사업에 성공했다면 봉사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현재는 102번 좌석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휴일과 주말마다 봉사 일도 겸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버스기사는 격일 근무라서 봉사할 여력이 많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이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 봉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어떤 고생도 할 마음의 각오가 된 것이죠.”
그의 아내는 작은 슈퍼를 운영하면서 그의 봉사를 응원하는 든든한 후원자다. 아이들이 병치레 없이 잘 자라주고, 가정이 행복한 이유는 봉사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봉사입니다”
그동안 일과 봉사를 내려놓고 쉴 때마다 ‘내가 왜 봉사 같은 걸 하려고 하나’ 좌절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왜 요새는 봉사하러 안 가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도 괴로웠다. 그만큼 애태웠던 시간이 있기에 지금 봉사가 매우 소중하다는 걸 안다. 기회가 된다면 전업으로 환경운동에만 매달리고 싶다는 성재만 씨.
“지금 참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있었다면 아마 과장쯤 되었을 텐데, 지난 삶을 돌아보면 예상과는 다른 삶이지만 이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돈도 많이 없고 능력도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어디를 가든 저를 반겨주는 사람이 많다는 게 참 행복합니다.” 그는 살면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많다고 믿는다. 돈이 많아도 몸이 아프면 의미가 없는 삶이다.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재만 씨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이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안 집에 들어가면 잠도 못자고 밥도 잘 못 먹고, 소주 한 잔 마시고 잤던 적이 많아요. 어려운 사람을 보면 힘들고 밥이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요즘처럼 풍족한 세상에도 배고픈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보고 있으면 사는 게 참 슬프지만, 봉사로 힘을 보탤 수 있기에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거라고 믿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