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자원봉사자 성연옥 씨 “육남매 봉사 계기로 가치 있는 삶 알게 됐죠”

자원봉사자 성연옥 씨 “육남매 봉사 계기로 가치 있는 삶 알게 됐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성연옥 씨는 수원에서 의왕까지 봉사를 다닌다. 벌써 15년째다. 한 때는 육남매가 함께 봉사를 다닌다고 해서 TV에도 몇 번 나온 적이 있다. 가족 단위로 봉사를 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다보니 처음에는 주위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성연옥 씨와 여동생 둘만 남았다. 그는 “한때 돈을 벌려고도 해봤지만 봉사를 겸할 수 없었기에 일을 포기했다”며 “봉사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수리 봉사를 위해 육남매가 뭉치다
성연옥 씨가 가족들과 처음 봉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건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였다. 부곡에 갔다가 도로변 밭에 버려진 무들을 보면서 ‘저렇게 방치할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 가져다주면 좋을 텐데’하고 생각했던 것이 봉사로 의기투합하게 됐다. 그렇게 육남매가 의좋게 의왕시 삼동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했고, 집수리 봉사를 계기로 ‘별사모(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봉사 단체를 만들었다.
“집수리 도구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이 가장 시급한 거라고 해서 십시일반 걷었죠. 15년 전 육남매가 100만 원을 모아서 봉사를 시작했어요. 오빠들이 망치질을 하면 여동생들은 도배를 하는 식이었죠. 돌아보면 그때가 참 행복했어요.”
육남매가 함께 다니면서 집수리 봉사를 하니까 어디를 가도 눈에 띄었다. 형제들이 모두 의왕시에 살고 있던 터라 주말만 되면 차를 나눠 타고 곳곳에 봉사를 다녔다. 물론 언제까지고 그렇게 함께 봉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닐 터. 생각을 달리한 형제들이 모임에서 빠지면서 집수리 봉사활동은 축소가 되었다. 봉사에 더 뜻을 둔 성연옥 씨는 남은 형제들과 함께 꾸준히 봉사를 했고, 그때 ‘나도람(나눠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으로 모임 이름을 바꾸었다.
봉사하러 매일 수원에서 의왕까지 왕복
“처음에는 한 달에 몇 번, 몇 시간 세었는데 지금은 봉사 있을 때마다 틈틈이 나가니 딱히 얼마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그냥 봉사가 생활이 된 거죠.” 우연히 의왕시 적십자회를 알게 되면서 아름채 노인종합복지관을 통해 어르신들의 반찬배달 봉사를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 그가 맡은 13가구를 차로 방문해 독거노인 쌀이나 각종 반찬을 가져다주고 있다. 동생의 소개를 통해 환경보호 단체에서 환경정화 활동 봉사도 하고 있다. ‘에덴의 집’과 ‘사랑과 평화의 집’에서는 목욕봉사와 빨래까지 소화한다.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수원에도 봉사할 때는 많죠. 그런데 처음 봉사를 의왕에서 한 것이 기왕에 여기서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 하자는 생각이에요. 물론 피곤하기야 하죠. 그런데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절대 봉사 못해요.”
봉사를 한 지 10년이 넘다보니 봉사하면서 쓰는 돈과 개인적으로 쓰는 돈을 굳이 가르지 않는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돈을 보태주지도 않지만 보람 있고 뿌듯하며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는 성연옥 씨. 하지만 그 역시 처음에는 봉사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세월 지난 뒤 가치 있는 봉사가 진짜죠”
“생활이 어렵죠. 넉넉하다고 봉사하나요? 주변에서는 왜 돈도 안 나오는 일 저렇게 열심히 하냐고 의아해하죠. 저도 처음에는 돈 벌면서 봉사도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한 가지는 포기해야겠더라고요. 봉사를 내려놓기에는 제가 맡은 일이 너무 많으니, 그냥 돈 욕심 안 부리기로 했어요. 굶으면서 사는 건 아니니까요.” 남편이 2년 전에 먼저 천국으로 간 뒤에는 막내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봉사를 하지 않을 때는 집에서 손주를 봐주는 평범한 할머니다. 올해 나이 쉰다섯. 성연옥 씨는 몸 아픈 데 없이 열정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성연옥 씨가 봉사를 하며 가장 행복을 느끼는 때는 어르신들 목욕시켜드린 뒤 빨래까지 모두 널어드리고 난 이후다. 뿌듯함을 넘어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현재 소속된 봉사단에서 막내에서 두 번째기 때문에 결코 투정부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며 웃는다.
“인생을 사는 데 저마다 가치를 둔 것들이 다 다르겠죠. 하지만 정말 오랜 세월이 흘러서 되돌아 봤을 때 가치 있게 남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남을 위해서 살아간 시간이 얼마냐 하는 것 아닐까요? 봉사를 어렵게 생각마시고 자신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결코 남을 위한 봉사만은 아니니까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