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국립중앙의료원 김은심 간호사 “고령화시대에는 간호사가 전문 봉사자로 나서야 해요”

국립중앙의료원 김은심 간호사 “고령화시대에는 간호사가 전문 봉사자로 나서야 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김은심 간호사는 26년차 베테랑 간호사이자, 다문화가정진료센터에서 소외된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봉사자이기도 하다. 다문화가정 중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 현재 안양의 자원봉사센터인 ‘행복한 사과나무’에 소속돼 있는 그는 “고령화 시대에 간호 봉사는 꼭 필요한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음료수 건네는 환자를 만나다
간호사 외길을 26년 동안 걸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닐까. 결혼이나 이직을 통해 자리를 옮기는 다른 간호사들과 달리, 그는 평생을 ‘숨겨진 곳에서 꽃 피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성형외과, 정형외과, 분만실 가리지 않고 순환보직으로 병원 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는 그는 2년 전부터 다문화진료센터에서 다문화가정을 돌보고 있다.
“그 전에는 간호사였음에도 제가 하는 일이 봉사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지. 다문화진료센터에서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주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사실 외과 근무는 여성 간호사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주말과 야간 근무를 병행하며 가정을 돌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도중에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었지만, ‘간호사가 천직’이라고 믿었던 세월 끝에 다문화가정을 운명처럼 만난 셈이다.
“그동안 별별 환자를 다 봤죠. 하지만 병이 나아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환자들은 한 번도 못 봤어요. 다문화진료센터에서는 매일 음료수를 하나씩 받아요(웃음). 그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도움을 받는 것을 감사할 줄 아는 것이죠.”
다문화진료센터 상담은 어머니 같은 역할
그가 직접 진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가정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 과목으로 연결을 해주는 일이다. 상담을 통해 환자의 개인여건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에너지가 더 필요한 일. 김은심 간호사는 이를 “어머니와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 전에는 다문화가정은 저랑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의료진으로 있으면서도 수많은 외국인을 봐왔는데, 이제야 그분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이제는 어디 가면 다문화가정 얘기만 하고 다녀요.”
김은심 간호사는 최근 필리핀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 가정을 상담한 일을 잊지 못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오랫동안 혼자 일하며 한국에 적응해왔는데, 종종 어지러움이 있었던 환자였다. 1차 검진에서는 빈혈로 나왔지만,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자궁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을 몰랐다면 병세가 더욱 심각해졌겠지만, 그의 도움을 통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입원비와 진료비도 전액 면제받았다.
“다문화진료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에요.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매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외국인 여성이 있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줄 몰라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저희는 여성단체로 연결해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결국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고 가정으로 다시 돌아갔죠. 그런 모습을 보면 무척 가슴이 아프고, 속상할 때가 많아요.”
“봉사자들은 마음의 위안 선물로 받아”
그는 한국다문화연대 소속이 아닌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간호사다. 센터에는 의료협력을 해주는 셈인데, 재단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개인의 영리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서, 정말 봉사정신 없이는 일할 수 없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의식 박사님과 이장호 이사님은 봉사와 의술로 만난 평생의 인연이에요. 자신들의 생업이 바쁜데도 봉사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많죠.”
그 역시 은퇴 후에는 노인전문요양병원 등에서 봉사를 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대학원에서 노인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 병원에서 매달 브리지 센터에 나가 노숙자들을 돌보는데, 봉사자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봉사를 하는 분들은 자기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저도 전에는 봉사에 전혀 매력을 못 느꼈지만, 지금은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기거든요. 주부인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김은심 간호사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봉사자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나눔과 헌신을 직업정신으로 가진 간호사들이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인전문간호사로서 봉사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살게 될 김은심 간호사를 통해 ‘봉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