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유성산업 전재일 사장 “봉사요? 원래 생색내면서 하는 겁니다”

유성산업 전재일 사장 “봉사요? 원래 생색내면서 하는 겁니다”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의왕 토박이인 전재일 사장 주변에는 그가 사업하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업하는 시간보다 봉사현장에 나타나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으니, 툭하면 주위에서 “저 사람 직업이 뭐야?”하는 말을 듣는다. 대학생 자녀가 둘씩이나 있으면서, “먹고 살 만하다면 삶의 목적인 돈이 아닌 봉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말은 진심일까.
기업은 영리추구 다음 제2원칙이 봉사
의왕시 왕곡동에서 판촉물 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전재일 사장. 86년도 의왕에 정착한 뒤 반월공단의 유리회사에서 총무과장을 역임했다. 우연히 인쇄를 배우고 난 후, 지금의 유성산업을 창립해 올해로 사업한 지 11년이 넘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처음에는 “봉사하면서 사회에서 좋은 일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충청포럼에 가입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발로 뛰는 봉사를 통해 봉사가 사업만큼 중요한 활동이라는 걸 절감했다. 사회에 이바지하는 뿌듯함이 돈 버는 보람보다 크다는 얘기. “중요한 것은 봉사를 하겠다는 정신인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하죠. 하지만 사업을 하는 목적이 영리추구가 최고지만, 그것도 젊었을 때나 그렇지 나이가 들면 돈도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전재일 사장은 봉사를 하며 명예를 얻는 것이 떳떳한 일이라고 했다. 구차하게 봉사하며 이익을 보려는 것보다, 남을 돕는다는 자부심을 대가로 얻는 게 낫다는 얘기다. 스스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물이라는 명예야말로 봉사를 꾸준히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술 먹느라 돈 쓰는 것도 아닌데…봉사하는 돈이 아깝다뇨”

그는 대한적십자사 소속으로 늘푸른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의왕시립 건강누리요양원에서 이·미용봉사를 하고, 아름채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있다. 처음엔 12명이었던 회원이 올해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해 지금은 32명까지 찼다. 회사 사장으로서 주부들과 어울리며 봉사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봉사를 하는 분들이 다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참 좋습니다. 사회적인 신분이나 남녀노소가 따로 없죠. 언제든지 봉사가 있을 때면 조건 없이 와서 봉사해주는 그런 분들 때문에 봉사회가 살고 있는 겁니다.”
전재일 사장은 ‘몸으로 뛰는 봉사’의 대가다. 워낙 성격이 화통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보니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든다. “어떤 봉사든지 100% 참석을 원칙으로 한다”는 그의 소신처럼 사업보다는 봉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어릴 때 집이 가난하지는 않았어요. 나이 들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업은 기사들이 알아서 다 하게끔 만들어놔서 저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웃음). 제가 봉사에 돈 쓰니까 아내는 좀 불만이 있겠지만, 뭐 저는 아깝다고 생각 안 해요. 술 먹느라 돈 쓰기도 하는데 그까짓 거, 하하.”
사심 없는 봉사가 진짜 봉사
그의 말마따나 돈이 아깝다면 봉사를 못할 터. 내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 봉사를 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 노력으로 마음에 얻는 포만감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봉사의 중독성을 알았기에, 물질의 풍족함 못지않게 마음이 부유해지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는 얘기.
“얼마 전에 부곡동에 한 할머니 집에 쌀을 가져다주었는데, 할머니 정강이에 시퍼런 피멍이 들어있는 거예요. 울면서 하소연하는데 가슴은 너무 아프고, 내가 고쳐줄 형편까진 안 되고 고민하다가 시청 사회복지과에 연결시켜 수술비 300만 원을 지원해줬어요. 참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 할머니는 저를 평생 못 잊지 않겠어요? 저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껴요.”
모르는 사람은 전재일 사장이 집에서 소일하는 사람인 줄 안다. 누가 봐도 회사 사장처럼 안 보이는 그는 자기 자신에게는 검약, 또 검약이지만 베푸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몸으로 봉사의 모범을 보이니 주변에 따르는 사람도 많을 터. 평범한 사람 봉사자로 만드는 데 그만한 일꾼이 또 없다. “봉사는 정말 강요로 할 수 없는 거죠. 진짜 하고 싶으면 오고, 이름만 올릴 거면 오지 말라고 해요. 그렇게 말해도 다들 봉사하고 싶다고 따라 와요. 신기한 일이죠(웃음). 어느 정도 인맥이 모이니까 무슨 일 생기면, ‘버스 한 대 불러서 가자’ 그러면 사람 금방 차요. 그러니 얼마나 든든한지요.”
두 명이 할 일, 여러 명이 모이면 일이 훨씬 빨라지고 속도도 붙기 마련. 사람 모아서 봉사 일감 후다닥 해치우는 데는 그만한 인재도 없는 것 같다. 전재일 사장은 “개중에는 음식점 하시는 분들이 봉사에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데 나는 절대 반대”라며 “봉사는 어떤 경우에도 사심 없이 꾸준히 하다보면 빛을 볼 날이 온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