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주부 최미자 씨 “돈 없고, 지식 없어도 봉사하면 행복해져요”

주부 최미자 씨 “돈 없고, 지식 없어도 봉사하면 행복해져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최미자 씨는 기온이 28도를 웃도는 더운 날 안양8동 주민센터에서 기자를 만났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면서도 담담하게 봉사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지도, 누군가에게 봉사한다는 걸 드러내지도 않지만 15년 째 식당배식 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미자 씨는 “돈도 없고 지식이 많지도 않아서 그냥 몸으로 봉사하는 것”이라며 “돈만 덜렁 내는 게 아닌 땀 흘리는 봉사라서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돈 벌어오라고 하지 말아요. 봉사할 거니까”
두 아들을 키우는 최미자 씨는 20살인 둘째 아들이 5살 때부터 봉사를 했다.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다가 ‘봉사를 좀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집 근처 복지관을 찾아갔다. 당시 산본에 살던 그는 가야복지관에서 식당봉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날로 곧장 봉사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 가서 점심배식을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밥 한 술 얻어먹고 오는 일이다.
“집에 매여 있으면 못하죠. 물론 소일거리라도 하면 돈이야 좀 벌겠지만, 제가 애기 아빠한테 그랬어요. 나더러 돈 벌어 오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웃음).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요.”
안양으로 이사 온 뒤에도 봉사는 계속됐다. 한 군데서만 못 박혀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여러 복지관을 돌면서 조금씩 일손을 거들어준다. 율목사회복지관, 수리장애인복지관 등을 돌면서 봉사해 식당 봉사자들 중에서 최미자 씨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장애인이나 영세민들이 밥 먹으러 오잖아요. 그 분들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나는 내가 좋아서 봉사하는 건데 배식하는 작은 부분에도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에요.”
내 몸이 건강해서 봉사하는 것 감사
봉사를 오래 했지만 단체에 소속되는 건 싫었다. 혼자서 꾸준히 봉사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인데, 그는 오히려 혼자라서 편하다고 한다. 단체는 아무래도 규율과 관계가 있을 테고, 그러면 봉사가 아닌 모임에 더 신경이 쓰일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제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행복하잖아요. 집에 있으면 잠밖에 더 자겠어요? 운동도 할 겸 봉사하면 보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봉사, 처음에는 남편이 말리기도 했단다.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 같고, 집안일은 뒷전으로 미룰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형편이 넉넉하게 사는 것도 아닌데, 남을 위해 물질과 시간을 내주는 일이 벅찰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즐겁던데요. 누가 놀러 다니자고 해도 그렇게 꼬박꼬박 나가진 않았을 거예요(웃음).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은 돈으로 살림하면서 봉사까지 한다면 남들은 웃겠지만, 적어도 나는 몸이 건강하고 장애우들보다는 편하게 살고 있잖아요. 그럼 감사하면서 봉사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최미자 씨는 매달 복지단체에 후원금도 3만 원씩 내고 있다. 처음엔 유니세프를 통해 아이들을 돌봤지만, 현재는 굿네이버스의 도움으로 케냐에 사는 한 소녀와 1:1 결연을 맺었다. 3만 원은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그의 도움을 받는 케냐 소녀에게는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저는 봉사든 후원이든 내가 땀 흘려서 일한 값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돈을 후원해도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 내는 것과, 어렵게 짜낸 돈을 후원하는 것은 차이가 있죠. 식당 봉사도 그래요. 땀 뻘뻘 흘리고 고된 노동 끝에 얻어먹는 밥 한 그릇이 정말 맛있는 거거든요.”
봉사하는 곳에는 언제나 웃음꽃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성실하게 봉사 잘하는 그의 행적을 눈여겨본 안양시에서 얼마 전 선물로 여행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괜히 티내는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에서 격려를 해주는 것이라서 다녀왔다고. 이달 들어서는 봉사를 자주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봉사해야 한다는 각오가 생겼단다.
“제 몸이 건강하니까 봉사하는 거죠. 남을 위해 한다기보다 내 자신이 즐거우면 하게 돼요. 봉사는 정말 억지로는 못하거든요. 즐기면서 할 수 있으니까 감사하죠.”
봉사하면서도 사람과 부딪힐 때가 많다. 최미자 씨도 봉사를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봉사를 하며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모든 갈등과 문제는 해결된다고. 최미자 씨는 봉사를 하면서 안양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리산 자락이 두르고 있는 안양8동은 고즈넉하면서 시골 같은 분위기다. 서민들이 모여 살지만, 서로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기에 봉사자들도 많다고 한다.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엔 항상 웃음꽃이 피어요. 욕심 있는 사람도 있지만 다들 순하고 순리대로 사는 사람들이죠. 여력만 있다면 내 물질을 더 보태서 봉사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게 아쉬울 뿐이죠.”
최미자 씨는 “봉사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라며 “함께 봉사하고 싶은 분들은 안양교차로로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