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제이비모텔 이상순 사장 “사업가라면 내가 번 돈 사회에 환원할 줄 알아야죠”

제이비모텔 이상순 사장 “사업가라면 내가 번 돈 사회에 환원할 줄 알아야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모텔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평범한 식품점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여러 번의 사업 성공을 거쳐 현재 의왕시에서 가장 왕성한 후원을 하는 봉사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상순 사장은 “사업이 자리를 잡은 뒤에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았다는 걸 알았다”며 “성공과 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사업의 ‘사’자도 몰랐던 나
수줍음이 많고 소박한 성격인 이상순 사장은 누가 봐도 사업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주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중산 산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생활력이 강해 결혼한 뒤에도 미싱 보조, 파출부 등의 아르바이트를 달고 살았다.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한 식품점 사업이 잘되면서 남편은 그에게 호프점 창업을 권했다.
“호프점을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그날까지 맥주 한 잔 입에 안 대봤으면 말 다했죠. 남들이 들으면 웃었죠(웃음). 그런데 저는 한 번 파고든 것은 끝까지 몰두하는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사업적인 관점에서 가게 오픈을 준비했어요.”
유동 인구가 비교적 적은 골목 귀퉁이에 가게를 오픈했지만, 입소문을 통해 주말에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권을 파악하고 영업을 하는 그의 장사수완에 가족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호프집 자리가 권리금이 몇 배로 뛸 정도로 주목을 받자, 주인은 자꾸만 임대료를 더 올리려고 했다. 결국 장사가 한참 잘 될 때 7년 만에 가게에서 손을 털고 나왔다.
“그 뒤로도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저는 사장이라고 허드렛일 못하란 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돼서 이 일 저 일 손에 잡히는 대로 다 했어요. 봉사요? 그때까진 꿈도 못 꿨죠. 오로지 돈 버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후원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내실 따져야
제이비모텔은 인근 8개 모텔 중에서도 서열로 따지면 제일 막내다. 가장 늦게 오픈했지만, 서비스와 인테리어가 좋아 공실률도 낮은 편. 이상순 사장이 오픈 전 강원도에 있는 유명 모텔까지 벤치마킹할 정도로 열성을 보인 터라, 이제는 내로라할 만큼 유명한 지역 명소가 되었다.
“모텔 상우회에서 총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사정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봉사라는 걸 처음 알았는데, 다들 형식적으로 돈을 걷더라고요. 기왕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거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돈이 쓰여야 한다는 생각에 수요처를 발굴하게 되었죠.”
그는 현재 관내 각종 행사에서 장애인들이 음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향의 특산물 판매하는 일에도 제일 먼저 앞장선다. 2007년에는 지역 여성포럼에 가입해 각종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의왕시장애인협회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성격이 좀 확실한 편이죠(웃음). 무슨 일을 하든지 당당해야 하고. 기왕에 후원하는 거 적당히 사진 찍고 생색내는 것보다 정말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지방의 어려운 농민들을 돕기 위해 쌀을 구입한 뒤 의왕시 사회복지과에 기증하는 일은 2008년부터 매년 해오고 있다. 쌀을 파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기쁜 이 일은 순전히 이상순 사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주는 게 즐겁지 않다면 왜 후원을 하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봉사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어요. 그런데 같이 사업을 하는 아들이 그러더라고요. 어머니, 이제는 지역사회에 번 돈을 환원하실 때가 되었어요. 그때 봉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내가 꼭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전화로 아우성이에요. 꼭 도와야 될 일이 있다면 나서야죠.”
후원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을 위해서는 베풀되, 자신에게 쓰는 돈은 검소하다는 점이다. 이상순 사장 역시 자기 자신에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시장에서 1만 원에 산 블라우스를 입고, 괜한 사치도 부리지 않는다. 내가 입을 것, 먹을 것 조금씩 아끼면 한 사람이라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힘든 거 없어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주는 게 즐겁지 않다면 왜 힘들게 벌어서 남을 줘요? 다만 저는 드러내놓고 후원하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어요.”
그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대가성으로 봉사를 하면서 이권을 바라는 사람이 많다”며 “칭찬릴레이를 통해 순수한 봉사자들이 더 많이 발굴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