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어절씨구민요예술단 정철승 씨 “통기타 연주 봉사로 제2의 인생 시작했죠”

어절씨구민요예술단 정철승 씨 “통기타 연주 봉사로 제2의 인생 시작했죠”

by 안양교차로 2013.07.15

정철승 씨는 낮에는 환경업체 대표로 일을 하다 오후가 되면 통기타 가수로 변신한다. 취미로 봉사를 시작해 지금은 의왕에 전무후무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수’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인의 사기로 돈을 떼인 후 자살 직전까지 갔던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어절씨구 봉사단의 ‘프론트맨’으로 7년째 봉사하고 있는 그의 훈훈한 봉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생은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
젊은 시절부터 기타가 취미였던 그는 남들보다 빠른 21살의 나이에 군을 제대, 이후 몇몇 카페에서 기타 연주를 했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청소업체에서 시작하다보니, 생계의 테두리로 삼게 되었고 정화조 차량 운전직으로 일하며 밤에는 기타 연주를 했다. 일에 성공해 일찍이 관내에서 환경업체를 설립한 그는 라이브카페를 2곳이나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수원하고 안산에서 카페를 내서 아내에게 운영을 맡겼죠. 저는 사업을 하면서 밤마다 카페에 나가서 노래를 불렀고요. 누가 봐도 행복한 인생이죠(웃음). 저는 인생이 나만 잘하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내가 그 몰래 지인에게 돈을 꿔준 것이 사단이 났다. 금액은 점차 불었고 2년 동안 꼬박 불입한 금액을 돌려받으려 했을 때는 사기라는 것을 뒤늦게 안 뒤였다. 졸지에 빚더미에 앉은 그는 카페와 자택, 건물 한 채까지 팔고도 수억 원대의 빚을 지고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처지가 되었다.
“사람이 참 사기라는 게 별 거 아니더라고요. 아내가 어떻게 지인에게 순순히 그 돈을 다 빌려줄 수 있었는지 의아했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은 그랬어요. 일주일 만에 그 모든 재산이 날아가고 나니까 딱 죽고 싶더라고요.”
자살 결심했다가 삶으로 돌아온 사연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40대 초반, 정철승 씨는 턱없이 불어난 빚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술을 마시고 비봉산 중턱으로 차를 몰았다. 그대로 산 밑으로 떨어져 죽을 작정이었다. 삶에 대한 미련이 싹 가셨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죽음이 눈앞에 보이자, “살아야겠다”고 부아가 치밀었다고.
“내가 죽긴 왜 죽어? 그랬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아내의 실수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빚을 차근차근 갚아나가 보자고 결심했죠.”
속으론 그랬다. ‘수년 간 남들이 다 기피하는 똥 푸는 일만 했는데 대가가 빚더미란 말인가….’ 몸은 빚쟁이들에게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고, 맨 먼저 치아가 무너져 내렸다. 그 다음에 탈모 증세가 나타났다. 지금 이는 모두 임플란트로 심은 거라고 한다. 그때 그를 구한 게 바로 통기타였다.
“어르신들이 모인 자리에 기타로 연주 몇 곡 해달라고 해서 갔더니, 너무 신나고 좋은 거예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내 스트레스도 풀리니까 누가 말려도 할 판이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타 연주 봉사를 시작했어요.”
정철승 씨는 의왕시 벚꽃제, 백운예술제 등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의왕시자원봉사센터 소장의 소개로 센터에 등록된 이후부터는 복지관과 요양원 등에도 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낮에는 사업가, 오후에는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봉사만큼 좋은 인생 공부가 없어요”
“쉽지는 않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하고, 오전에 치운 거 정리하고 그러면 금방 오후 되고…쉬고 싶지만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사랑하니까 옷 싹 갈아입고 또 나가죠(웃음).”
올해로 8년째 공연을 하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도 더러 생겼다고. 공연이 끝나고 “혹시, 저 정화조 일하시는 그 분…”하면 상대방과 손을 맞잡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정화조 작업과 기타 치는 가수라는 극단의 영역을 오가면서도 그는 “남은 인생은 덤이라는 생각”으로 삶을 즐겁게 산다.
최근에는 의왕시기동순찰대에 소속돼 밤마다 지역 야간 순찰 봉사까지 하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무엇보다 자신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보람을 느낀다는 정철승 씨. 봉사를 하는 사람은 엔돌핀이 생기고, 온갖 사람을 다 상대하면서 마음도 넓어지니 봉사만큼 좋은 인생 공부가 없다고 한다.
“빚은 다 못 갚죠. 천천히 갚을 거고, 아마 평생을 조금씩 갚아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아주 행복하죠. 의왕시에는 통기타 봉사하는 분들은 있지만, 나처럼 노래까지 곁들여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색다른 봉사를 하고 있다는 기쁨이죠. 어디 카페 가서 통기타에 노래 들으려면 비싼 돈 주고 커피 마셔야 하는데, 봉사는 무료잖아요. 봉사는 아무래도 인생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아요, 하하.”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