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신진호 운영위원장 “권투하던 놈이 봉사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신진호 운영위원장 “권투하던 놈이 봉사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by 안양교차로 2013.07.10

전국의 각 지자체에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조례안으로 제정된 이 협의회는 환경오염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목적으로 UN에서 지난 92년도에 체결되었다. 의왕시의 경우 1999년 의왕의제21추진협의회를 결성한 뒤 2002년부터 교육사회, 녹지생태, 도시환경, 생활환경 등 4개 분과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신진호 위원장이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많지만 활동 인력의 한계로 해보지 못한 일들이 많다”며 “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필수과제”라고 말했다.
결식 청소년 도시락 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신진호 위원장은 환경업체를 운영하며 지난 2007년부터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의왕시로터리, 의왕라이온스클럽 등 여러 단체에서 봉사하며 지역 기업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일찍이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곧바로 이 일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정치하려고 저런다고 말들 많았죠(웃음). 사실 저는 체면 차리고 앞에서 으스대는 타입이 아니에요. 지금 하는 사업도 지인들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저는 다문화가정 결혼식 해줄 때, 밥 못 먹는 아이들한테 도시락 배달해줄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전남이 고향인 그는 원래 ‘좀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권투를 했었다. 전국체전에도 나갈 정도로 이름도 꽤 알려졌지만, 집에서는 골치 아픈 자식 취급을 받았다. 신진호 위원장은 “사회에 나와서 방황하고 철들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봉사하면서 인생 후반전에야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 13년 했으니 개근상은 주지 않겠어요?”
의왕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운동, 환경보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 제언과 시민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매년 우리고장 상품 알리기, 환경 글짓기, 기후변화 포럼 등의 행사를 연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일은 지속가능 발전 개념의 사회적 통합이죠.”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시에서 교부금을 받아서 운영된다. 신진호 위원장은 2002년 협의회 태동 때부터 매년 꾸준히 봉사를 해오고 있다. 2007년부터는 운영위원장 밑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의왕시 10개 초등학교에 어머니 배구단이 만들어진 것도 그의 노력의 결실이다.
“의왕에 이사 온 지 13년 쯤 돼요. 그때부터 봉사를 했으니 ‘개근상’은 받을 법도 하죠(웃음). 지금도 본업이 있긴 합니다만 이쪽 일을 맡느라고 사업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어요. 아내가 일을 거들어주고 있는데 참 고맙죠.”
봉사와 권투의 공통점, ‘나 자신을 이기는 것’
신진호 위원장은 봉사를 권투에 비유했다. 링 위에서는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게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사 역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만이 봉사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봉사를 할 때는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말고 아름답게 봐줘야 한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목표를 두고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권투는 그만 두었지만 승부욕이 남아 있어서 봉사할 때도 숨길 수가 없네요.”
사업을 한참 할 때도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는 그는 협의회 내에서도 일인 다역을 맡고 있다. 열심히 봉사한 덕분에 자식들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 봉사의 삶을 살길 바란다는 신진호 위원장. 앞으로는 봉사에 전문성을 갖고 새로운 영역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그의 포부가 청년처럼 당차다.
“저는 집안 형편 어려울 때 애들 차비는 못 줘도 봉사하러 나왔던 사람입니다. 저는 돈 버는 것보다 봉사에 젖어 사는 게 더 좋아요. 한 가지 아쉬운 건 무보수로 사람을 쓰기 때문에 늘 인력이 부족해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 중에 봉사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꼭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