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안양점 김진희 씨 ‘일보다 봉사가 더 즐거운 두부 판매사원’
이마트 안양점 김진희 씨 ‘일보다 봉사가 더 즐거운 두부 판매사원’
by 안양교차로 2013.07.10
이마트 안양점 식품코너에 가면 두부 판매 영업사원인 김진희 씨를 만날 수 있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서서 물건을 진열하고, 매대를 관리하는 일은 꽤 힘든 일일 것이다. 무역회사 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던 그가 일을 그만두게 된 건 약 2년 전. 부친의 갑작스런 뇌출혈 때문에 병수발을 들게 됐다. 봉사라곤 모르고 살던 김진희 씨는 노인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노인요양보호 실습이 봉사로 바뀌게 된 사연
김진희 씨는 부친의 병수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인요양 봉사를 시작했다. 학원 실습과정에서 봉사는 필수코스였다. 호계요양원에서 치매 걸린 노인들을 돌봐주면서 봉사란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악취가 나는 공간에서 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솔직히 저는 아버지를 더 잘 돌봐드리겠다는 생각으로 배우러 간 거예요. 근데 자꾸 가다보니 어르신들의 그늘진 삶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수발해드리는 것보다 말동무하는 걸 더 좋아하세요. 처음엔 듣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제 힘든 삶도 털어놓게 되니 참 신기하죠(웃음).”
물론 무의식적인 봉사를 진짜 봉사로 만든 계기는 따로 있다. 한 요양원에서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노인을 돌본 뒤부터, 치매 노인은 김진희 씨를 친딸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생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들어온 뒤로 연락이 뚝 끊겼다. 치매 노인이 “어머니, 오늘 뭐 하셨어?”하고 살갑게 대해주는 그를 친딸로 착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먹을 것 숨겨 놨다가 저 오면 몰래 주고 그러셨어요. 그런데…올 봄에 결국 몸이 안 좋아지셔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들은 얘기로는 자식들이 그때도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무연고처리 되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가족보다 지극정성인 봉사자 보며…“인생은 살아볼만 한 것”
의무적인 활동으로 여기던 봉사를 발 벗고 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호계요양원과 해피랜드요양원, 군포에 있는 사랑채 복지관 등에 꾸준히 봉사를 다녔다. 두부 판매 일로 쉴 틈이 없을 텐데도 휴일을 쪼개 부러 찾아가는 건 봉사를 통해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기억도 잘 못하시지만 또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세요. 되도록 많이 보고 손도 잡아드리면서 얼굴을 익혀야 친해지거든요. 이제는 어디를 가도 친딸처럼 생각해주시고 가끔 응석도 부릴 만큼 익숙해졌지만요.”
처음엔 불쌍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봉사는 그 자신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교훈으로 돌아왔다. 가족이 있어도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노인, 시어머니를 딸보다 정성스레 돌보는 며느리, 가족보다 살갑게 대해주는 봉사자 등을 보면서 김진희 씨는 “인생은 알쏭달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대학 다닐 때도 봉사 거의 해본 적 없던 사람이에요. 늘 마음뿐이었지 행동으로 실천은 못했는데 아버지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제 삶이 정말 많이 바뀌고, 또 제가 많이 강해졌죠. 봉사하면서 제 마음이 참 많이 편해졌어요. 이제는 어르신 봉사뿐 아니라 다른 봉사 영역으로도 조금씩 발을 넓혀볼까 생각 중이에요.”
“봉사는 취미활동과 달리 삶의 지표가 되죠”
김진희 씨는 “뭐든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주변에는 잘 웃고 적극적이 성격이라 영업이 천직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순전히 노력의 결과다. 속은 사람을 잘 못 사귀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여린 심성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쉬는 날 자기계발하고 취미활동하는 게 보람인가봐요. 그런데 전 솔직히 그런 걸 잘 못해서인지 몰라도 봉사하러 가는 게 더 편해요. 봉사 가는 날은 놀러가는 기분이에요.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직장에서 있었던 하소연 하면 스트레스도 금방 풀려요(웃음). 봉사는 다른 취미활동과 달리 내 삶의 지표가 된다고 할까요?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나이보다 한참은 젊어 보였다. 고되고 힘든 삶을 투명한 마음으로 견뎌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봉사를 통해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집에서는 치맛바람 센 전형적인 부모”라며 웃는 김진희 씨는 봉사를 ‘기쁨’과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힘들고 어려움 끝에 찾아오는 진주 같은 보람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라면 반드시 도우미가 필요하게 마련이에요. 만약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저처럼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요? 봉사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취재 오혜교 기자
노인요양보호 실습이 봉사로 바뀌게 된 사연
김진희 씨는 부친의 병수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인요양 봉사를 시작했다. 학원 실습과정에서 봉사는 필수코스였다. 호계요양원에서 치매 걸린 노인들을 돌봐주면서 봉사란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악취가 나는 공간에서 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솔직히 저는 아버지를 더 잘 돌봐드리겠다는 생각으로 배우러 간 거예요. 근데 자꾸 가다보니 어르신들의 그늘진 삶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수발해드리는 것보다 말동무하는 걸 더 좋아하세요. 처음엔 듣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제 힘든 삶도 털어놓게 되니 참 신기하죠(웃음).”
물론 무의식적인 봉사를 진짜 봉사로 만든 계기는 따로 있다. 한 요양원에서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노인을 돌본 뒤부터, 치매 노인은 김진희 씨를 친딸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생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들어온 뒤로 연락이 뚝 끊겼다. 치매 노인이 “어머니, 오늘 뭐 하셨어?”하고 살갑게 대해주는 그를 친딸로 착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먹을 것 숨겨 놨다가 저 오면 몰래 주고 그러셨어요. 그런데…올 봄에 결국 몸이 안 좋아지셔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들은 얘기로는 자식들이 그때도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무연고처리 되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가족보다 지극정성인 봉사자 보며…“인생은 살아볼만 한 것”
의무적인 활동으로 여기던 봉사를 발 벗고 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호계요양원과 해피랜드요양원, 군포에 있는 사랑채 복지관 등에 꾸준히 봉사를 다녔다. 두부 판매 일로 쉴 틈이 없을 텐데도 휴일을 쪼개 부러 찾아가는 건 봉사를 통해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치매 어르신들은 기억도 잘 못하시지만 또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세요. 되도록 많이 보고 손도 잡아드리면서 얼굴을 익혀야 친해지거든요. 이제는 어디를 가도 친딸처럼 생각해주시고 가끔 응석도 부릴 만큼 익숙해졌지만요.”
처음엔 불쌍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봉사는 그 자신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교훈으로 돌아왔다. 가족이 있어도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노인, 시어머니를 딸보다 정성스레 돌보는 며느리, 가족보다 살갑게 대해주는 봉사자 등을 보면서 김진희 씨는 “인생은 알쏭달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대학 다닐 때도 봉사 거의 해본 적 없던 사람이에요. 늘 마음뿐이었지 행동으로 실천은 못했는데 아버지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제 삶이 정말 많이 바뀌고, 또 제가 많이 강해졌죠. 봉사하면서 제 마음이 참 많이 편해졌어요. 이제는 어르신 봉사뿐 아니라 다른 봉사 영역으로도 조금씩 발을 넓혀볼까 생각 중이에요.”
“봉사는 취미활동과 달리 삶의 지표가 되죠”
김진희 씨는 “뭐든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주변에는 잘 웃고 적극적이 성격이라 영업이 천직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순전히 노력의 결과다. 속은 사람을 잘 못 사귀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여린 심성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쉬는 날 자기계발하고 취미활동하는 게 보람인가봐요. 그런데 전 솔직히 그런 걸 잘 못해서인지 몰라도 봉사하러 가는 게 더 편해요. 봉사 가는 날은 놀러가는 기분이에요.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직장에서 있었던 하소연 하면 스트레스도 금방 풀려요(웃음). 봉사는 다른 취미활동과 달리 내 삶의 지표가 된다고 할까요?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나이보다 한참은 젊어 보였다. 고되고 힘든 삶을 투명한 마음으로 견뎌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봉사를 통해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집에서는 치맛바람 센 전형적인 부모”라며 웃는 김진희 씨는 봉사를 ‘기쁨’과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힘들고 어려움 끝에 찾아오는 진주 같은 보람은 봉사를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라면 반드시 도우미가 필요하게 마련이에요. 만약 마음이 힘들고 외로울 때 저처럼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요? 봉사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