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수지침 봉사자 이일형 씨 “몸도 건강해지고 봉사도 하는 침구술에 도전해보세요”

수지침 봉사자 이일형 씨 “몸도 건강해지고 봉사도 하는 침구술에 도전해보세요”

by 안양교차로 2013.06.28

수지침 봉사자 이일형 씨를 만난 건 안양4동에 있는 그의 자택 옥상에서였다. 고려수지침 요법사를 비롯해 대체의학에 관한 자격증만 10여 개를 갖고 있는 그는 귀가 엄청 크고 꽤 느긋한 성격으로 보였다. 20년 동안 제과대리점을 하다 우연히 수지침을 배우게 된 이후, 관내 복지관과 노인정 등에서 봉사를 하게 됐다는 그의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10년 동안 꾸준히 오는 어르신 보면 봉사 안 할 수 없죠”

뜸과 함께 대표적인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수지침은 봉사 도구로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고려수지침요법사회 안양지회가 설립된 건 지난 2000년. 이일형 씨는 현재 이곳의 회장을 맡고 있다. 매주 월요일 8시 30분부터 12시까지 호계동에 있는 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지침을 놔주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기도 한다.
“사실 노인들 아파서 안 다녀본 데 없잖아요. 큰 병원에서 못 고치는 관절염이나 어깨통증 같은 것들은 오히려 수지침으로 효과 보는 분들 많죠. 우리가 1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침 맞으러 오는 어르신도 있어요. 효과 없으면 그렇게 오시겠어요?”
그는 어떻게 수지침을 배우게 되었을까. 20년 동안 제과점을 운영했던 이일형 씨는 은퇴 이후 우연히 신문에서 수지침 강좌 안내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마침 안양역에 고려수지침요법사회 안양지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얼른 가서 등록을 했다. 1년 만에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봉사를 했던 그는 학교에서 강사 노릇도 해봤다.
“수지침은 깊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부작용도 없죠. 교육 받고 나면 누구나 곧바로 침을 놓을 수 있어요. 비록 민간 자격이지만 탄탄한 체계가 잡혀 있어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서울에서 교육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 허허.”
수지침은 누구나 쉽게 봉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내에서 침술은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계돼 활성화되기도 했지만 침뜸 요법이 언론 등을 통해 불법 논란에 휩싸이면서 곧바로 사라졌단다. 대체의학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그는 꽤나 서운한 눈치였다.
“침의 종주국이 한국인데요. 영국 같은 데서는 벌써 침구사를 법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는데 왜 우린 안 해주나 몰라요. 침술 한다고 가볍게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이걸로 어르신들의 통증을 줄여드릴 수 있다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젊은 사람들한테도 많이 권해요. 침술 배워서 봉사 좀 하라고.”
이일형 씨는 젊은 시절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봉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수지침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을 봉사와는 담을 쌓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 그는 수지침이야말로 누구나 허물없이 봉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남을 돕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안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도 수지침 봉사가 가장 인기가 많답니다. 시에서 매년 행사를 해서 부스를 만들면 수지침 맞으려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요. 저는 정말 국가에서 수지침 교육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봐요.”
수지침 봉사를 희망하는 이들은 대개 공직에서 퇴임한 장년층이지만 요샌 젊은이들도 수지침에 관심이 많다. 그는 안양서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했다. 응급처치보다 흥미로운 수지침 강좌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의 호응이 무척 컸다고.
침술 봉사, 고령화시대에 큰 도움 될 수 있다

“제가 수지침 자격증 딸 때 우리 마누라가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오더라고요. 자존심이 어찌나 상하던지. ‘그래, 너 어디 낫나 보자’ 했는데 며칠 지나도 여전히 절뚝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침을 놔줬더니 무릎 아픈 거 싹 나았잖아요. 그 이후로는 저만 보면 침 놔달라고 난리예요. 근데 이상한 게 봉사를 해도 가족이 아프면 침 잘 안 놓게 되더라고요(웃음).”
이일형 씨는 취득한 자격증만 10여개가 넘는다. 한국전통침술사, 고려수지침 요법사, 1급 이혈요법사, 체형관리사…. 눈 속에 홍채를 분석해서 몸의 상태를 진단하는 ‘홍채분석’도 할 줄 안다. 침술원 하나 차리고 싶어도 현행법상 불법이니 도리 없이 봉사에 전력할 수밖에.
“제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요새 건강식품들 많이 드시는데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약이 있다는 거죠. 아무개가 닭발 먹고 좋아졌다고 너도 나도 닭발 먹는 거, 무척 위험한 겁니다. 건강식품 잘못 먹으면 중풍도 오고 고혈압도 생기는 거예요. 안양교차로에서 이 얘기 꼭 좀 전해주세요.”
이일형 씨가 바라는 건 무척 소박하다. 고령화시대, 자신처럼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침술을 배워 봉사에 매진하길 바라는 것. 그는 “앞으로는 침술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며 “의료비도 절감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침구술에 도전해보시라”고 권했다.

취재 오혜교 기자

*취재원 정보
주소: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711-73 고려수지침요법사회 안양지회 이일형
연락처: 011-342-2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