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향토문화연구소 / 수묵화의 꽃을 피우다

향토문화연구소 / 수묵화의 꽃을 피우다

by 안양교차로 2013.06.30

안양문화원 부설의 안양향토문화연구소에서는 선인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향토사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수묵화를 공부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다리를 쌓는다. 이곳을 이끄는 우동호 소장을 만나 수묵화의 진면목을 들어보기로 했다.우동호 소장(031-449-4451)
향토문화연구소의 우동호 소장은 베레모를 쓴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금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안양문화원에서 수묵산수화를 지도한다. “96년도에 수묵산수화반이 신설이 된 후 벌써 17년째가 되었습니다.”라고 그는 웃음 지었다. 회원들은 저마다 먹을 갈고 그림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사군자, 산수화를 그린다. 3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고 있다. 우 소장은 “그림은 마음과 몸과 손이 삼위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하얀 화선지에 그림이 옮겨지기까지 수없이 연습을 거쳐야 하죠. 그래서 선인들께서는 ‘80년을 그려야 점 한 개가 이루어진다.’라고 말씀하셨을 정도지요.”라면서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수화를 그리면 분노를 다스리는 데 좋아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로는 분노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우 소장은 “상대방이랑 싸운 후에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상대 탓을 하게 되면 나에 대한 화가 줄어들거든요. 하지만 가장 큰 원인 제공은 본인이 한 경우가 제일 많아요.”라면서 우리 시대가 분노를 다루지 못해 화합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수묵산수화를 하면 인내심을 기르는 데 좋다는 점을 설명했다. 첫째 결과가 보이지 않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면 순간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험을 보면 합격 불합격이 정확히 나오지요. 경기를 하면 심사를 받아서 결과가 나오고요. 하지만 그림은 다릅니다. 나무가 크는 건 눈에 보이지 않듯, 그림 실력을 키우려면 인내심이 필요합니다.”라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기른 인내심이 결국 순간적인 화를 제어하는 데도 주효함을 알렸다.
몰입으로 건강을 되찾은 사례도 있어
“서화를 하면 무료하거나 우울할 때 몰입할 수 있습니다.”라고 우 소장은 서화에 대한 몰입을 설명했다. 이어 운보 선생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이 오래 살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본인의 마음을 비우고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접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이유를 짚었다. “정신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죠. 명상과 비슷한 부분이에요. 이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되죠.”라고 설명한 우 소장은, 회원들 중에도 건강을 되찾은 예가 있다고 전했다. 회원 중 30대 초반의 여성분은 백혈병이 있었지만, 산수화 공부에 몰입하면서 점차 활동력을 되찾았고 현재는 취업까지 한 상태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현 회장인 조창식씨는 95년도에 풍을 맞았지만, 7년간 서화에 정진한 결과 현재는 건강하게 사업과 가정에 전념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소재는 각자 다르다
수묵화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 소장은 “필력이 절대적이죠.”라고 요약했다. 처음에는 화선지에 선을 긋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선을 가로 세로로 그어 바둑무늬 모양을 만드는 것을 연습한다. 여기까지 하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후 6개월에 걸쳐 한 소재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6개월에 한 번씩 난초, 매화, 국화 등으로 소재를 바꾼다. 다음 해에 다시 반복하면서 연습을 지속한다. 이어 우 소장은 “내게 맞는 소재가 따로 있습니다. 매화, 난초, 단풍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그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은 각자 다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성격과 연결되어 있다며, 골고루 그려보다 보면 본인과 맞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꽃, 난초, 매화를 그리면서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꾸준히 정진해야
서화는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과 같다. 서화는 편법이 통하지 않는 세계다. 우 소장은 평양의 우향 임경수 선생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마을 뒷산 정자에서 그의 먹을 갈면서 배운 뒤로, 벌써 60년째 정진하고 있다. 그는 ‘그림은 삶의 한 분야이면서 순수한 자기계발’이라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임을 전했다. “은행잎을 보세요. 하루 지나면 조금 벌어졌나 싶은데, 어느 날 잎이 탁 피워져 있잖습니까. 선을 긋다보면 어느 새 실력이 늘어나 있죠. 손을 잠깐 놓으면 농담표시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요. 멈추지 않아야 그 끝에 닿을 수 있죠.”라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