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그린회 / 여섯 명의 화가들

그린회 / 여섯 명의 화가들

by 안양교차로 2013.06.30

호계2동, 범계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섯 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그린회가 있다. 이곳은 서양화가 오교순씨가 운영하는 작업실이며, 회원들은 근방에 주거하면서 틈나는 대로 작업실에 들러 그림을 그린다.
문의 :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914-14
서양화가 오교순 348-3393
그린회는 가은선, 노연욱, 최인선, 김경희, 김영주 등 6명으로 이루어진 그림창작집단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뜻의 ‘그린회’라는 이름으로 작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2번, 화랑에 모여 작업을 하고 수업도 받는다. 최인선 회원은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들립니다. 문화센터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농밀한 수업을 받고 있어요. 회원이 여섯 명 밖에 안 되니 1:1수업이나 다름없죠.”라면서 그린회의 학구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최 회원은 “그림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선뜻 시작을 못했어요. 막연히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지, 잊고 살았죠. 어느 날 지나가다가 오 선생님의 화랑인 이곳을 발견하고, 대뜸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라면서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최 회원은 화랑 근방에서 의류 사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그림 그릴 장소가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한참 그리다가 급한 볼일이 있을 땐 붓만 놓고 나가죠. 그러다가 불현듯 그리고 싶어지면 다시 돌아옵니다.”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전했다.

‘쉬는 시간’이 깨달음을 준다.
슬럼프는 없을까. 그리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최 회원은 “(그림을) 째려봐야 되요.”라고 한 마디 했다. 좌중에 웃음이 퍼졌다. 최 회원은 “그림을 그리다 지치면, 함께 모여서 티타임을 갖는데, 그 시간도 소중합니다. 그릴 때는 그림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멀리 떨어져서 보면 발견이 되요. 이 부분은 빛이 안 들어갔고, 이 부분의 터치가 잘못되었고. 물러서서 보면 잘 보이는 점이 인생과 비슷하죠.”라고 말했다. 잠시 쉬거나, 그림을 두고 나갔다 오거나, 혹은 다른 그림 스케치를 하는 ‘딴짓’의 순간, 오히려 깨닫는 것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것 보다, 자기가 깨달아야 얻는 것이 많아요.”라면서 최 회원은 스스로 깨달아가는 중요성을 아울러 덧붙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
꽃을 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대상이 되는 꽃을 찾아야 한다. 다음, 그 자리에서 꽃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사진으로 남긴 다음에 작업실에서 그림으로 되살린다. “사진은 실제의 꽃과 다르게 찍혀요. 결국 사진은 보조적인 도구일 뿐이죠.”라고 최 회원은 언급했다. 꽃이 있는 장소에서 유화 팔레트를 펼쳐놓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모란, 연꽃이 피는 계절에 꽃이 만개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꽂아 놓은 이젤 앞에 앉아 꽃의 질감을 되살려야 한다. “해가 질 때나 뜰 때의 꽃은 달라요. 사진을 찍은 순간의 꽃은 그 순간에 깃들어 있어요. 또 꽃은 오랫동안 피어있지 않아요. 일주일 안에 다 지고 말죠.” 라고 최 회원은 전했다. 일주일 안에 사라지는 꽃을 발견해서 완성한 그림은, 소재도 결과물도 특별하다. 완성된 그림은 발견한 꽃도, 그린 사람도 세상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라면서 최 회원은 웃었다.

‘그림은 마약’
이들을 가르치는 오교순 선생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해요. 추구하는 것이 비슷합니다. 잘 사는 것 보다 아름답게 사는 것을 바라죠.”라고 운을 떼었다. 이어 “그림을 그리는 중에는 잡념이 없어질 정도로 집중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다가도 ‘아, 이 부분은 이렇게 고쳐 그려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초조해 질 때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그림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다음에는 무슨 그림을 그릴까 하는 생각 때문에 다시 설레죠.”라면서, 그림을 오래 한 사람들은 그림을 ‘마약’으로 표현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만큼 즐거움과 보람을 주는 작업이라는 내용이었다.
꽃으로 갤러리가 가득
이들은 최근 평촌 로뎀 갤러리에서 꽃을 소재로 한 창립전시회를 열었다. 가족과 친지들은 완성된 그림들을 신기해하고 반겼다. 화랑 안에는 완성된 꽃 그림이 가득했다. 회원들은 자신이 그린 꽃 그림을 집안에 장식하기도 한다. 오 선생은 “꽃만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연 적이 있어요. 방 안 가득히 꽃그림이었죠.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도 꽃밭에 있는 듯 행복한 기분이었어요. 다른 사물도 소재로 삼아봤지만, 꽃을 그리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요.”라면서 꽃을 소재로 하는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화랑 앞을 지나가시던 팔순 어르신이, 나이만 더 적었어도 시작했을 거라면서 아쉬워하셨어요. 오랫동안 화랑 근처를 맴돌며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도 종종 보입니다. 늦은 시작이란 없어요. 저 역시 늦은 나이에 시작했는걸요.” 라면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