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바람개비밴드 /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처럼, 7080음악을 노래하다

바람개비밴드 /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처럼, 7080음악을 노래하다

by 안양교차로 2013.06.30

바람개비를 본 적이 있는가. 가느다란 막대 끝에 달린 종이 날개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품에 안아 변화를 만드는 바람개비처럼, 음악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묻어두지 않고 직접 공연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안양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바람개비 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문의: 010-8748-5441(리더 오현구)
http://cafe.daum.net/d.ksqosem
6시 30분, 업무를 마무리한 멤버들이 한 명씩 연습실로 들어온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지만 누구 하나 식사를 하고 오는 것 같지 않다. 바람개비 밴드의 리더 오현구씨는 “연습이 있는 날엔 4시정도에 미리 라면을 먹습니다.” 라면서 연습을 위해 식사를 부실하게 하는 멤버들의 열정을 전했다.
바람개비 밴드는 2008년도에 시작되었다. 밴드 멤버로는 보컬에 이두연(민원봉사과), 기타에 김성태, 진영섭(정수과), 베이스에 허영근(회계과), 키보드에 김영옥(보건소), 드럼에 오현구(수도시설과)씨가 활동 중이다. 45살부터 54살까지의 중후한 연령으로 이루어진 만큼 7080음악 위주의 곡을 주로 연주하고 있다.
직장인 밴드들은 연습시간의 확보가 중요하다. 연습이 있는 날 야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관료적인 공무원 사회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을까. 오현구씨는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희가 봉사도 하고, 시청 행사에서도 연주하니까 많이 이해해주십니다.” 라면서, 자신들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힘은 주변 동료들에게서 얻는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선행 연습을 철저히 한 후 합주에 들어간다. 곡을 본격적으로 합주하기 2,3달 전에 악보를 나눠준 후 각자 연습을 시작한다. 이곳에서의 연습 이외에도, 집에서도 연습을 계속한다고. “저도 집에 드럼이 있어요. 방음벽을 구축해놓고 연습을 하고 있죠.” 라고 오현구씨는 전했다.

속도 보다 조화를 중시한다.
“못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그 사람이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저희의 특징이죠.”라고 오현구씨는 전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곡마다 ‘다른 곡은 잘하겠는데 꼭 이곡만 안 된다’는 멤버가 나오기 마련. 이를 탓하거나 지적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배려하려 한다고. 오현구씨는 “주변의 밴드들이 오래 가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각자 성격도 개성도 좋아하는 곡도 다르다 보니 불협화음이 생기게 되는데, 이걸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이 발생하죠.” 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멤버들 간의 의견을 모으려 꾸준히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평상시에 메일과 전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 연습을 위해 모였을 때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가를 선택하죠.” 오현구씨는 어떤 밴드든 조율이 없으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와해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서 순조롭게 밴드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다른 직장인 밴드와 다른 점
“저희가 다른 직장인 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매달 소정의 금액을 걷어서 사용한 나머지는 불우 이웃 돕기에 내놓는다는 것입니다.”라고 오현구씨는 언급했다. 이들이 일 년 동안 모은 회비 중, 밴드활동에 사용한 나머지 금액은 독거노인이나 모자가정 등에 기탁했다. “공연을 다니다보면 고맙다, 잘한다며 식사비를 주시기도 해요. 이것도 모아서 불우이웃돕기에 더하죠.” 하지만 단순히 봉사활동에만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다. 밴드의 실력을 더욱 갈고 닦아, 음악적 발전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오 씨는 덧붙였다.

열정으로 독학으로
오 씨는 “이제까지 11번 공연을 했고, 최근에는 안양예술공원, 대학당 안경원 안양아트홀에서 무대에 올랐어요. 보통 1년에 4번 정도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밴드의 활동상황을 전했다. 이어 “음악교육을 정식으로 받았던 멤버가 키보드의 김영옥씨 한 명밖에 없습니다. 베이스도, 기타도 독학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학원을 안 다녔죠.” 라고 전했다. 독학으로 이만큼의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에서, 노력과 열정이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때는 힘이 납니다. 아주머니 아저씨가 무대 앞에서 춤을 추실 때도 있어요. 말 걸어주시는 분들도 간간히 있습니다. 덕분에 연습할 힘이 새록새록 돋습니다.”라고 오현구씨는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저희를 불러주시는 곳이 있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고 싶습니다. 무조건 요청받았다고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본분은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하는 거니까요.” 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8월 31일 평촌역 광장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음악회’에 등장할 예정이다. 안양시청 색소폰 팀과 함께 1시간 20분간 공연한다. “즐기자. 스트레스 절대 안 받자. 이런 자세로 하려고 합니다.” 오현구씨는 시원하게 웃었다. 그들은 큰 꿈을 그리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는 꾸준함으로 현실적인 희망을 계획하고 있었다. 겸손한 바람, 결국 더 큰 열매를 맺을 지어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