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집밥’을 지향하는 설렁탕집.. [예전각]

‘집밥’을 지향하는 설렁탕집.. [예전각]

by 안양교차로 2014.04.25

설렁탕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가설은 조선 시대에 임금이 직접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제사를 지냈던 선농단(先農壇)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선농단에서 먹는 탕이므로 ‘선농탕’이라 불렸다가 차차 자음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는 내용. 이외에도 몽골제국에서 기마대의 보급을 담당하던 음식이 원형이 된 ‘술루’가 고려 후기에 들어왔다는 설이 있다. 이렇듯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먹어왔던 것으로 여겨지는 음식 설렁탕. 군포 IC 근처에 위치한 예전각설렁탕에 들러 옛 맛을 확인해 보았다. 주소: 군포시 금정동 번영로 624(금정동 741) / 문의: 031-382-6004
예전각의 이름은 옛날 전통방식으로 설렁탕을 끓여내고 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네모난 갓으로 장식된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한 눈에 보인다. 테이블 옆에는 스파티필름, 팔손이, 홍콩야자 등 공기정화에 좋고 보기에도 좋은 식물들이 즐비하다. 천장에서 울리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음식 맛을 돋운다. 이곳의 진의정 실장을 만나 예전각 만의 특색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먼저 그는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먼저 꼽았다. 예전각에서는 음식 맛을 매일 아침 예민하게 체크한다. 더 나은 맛으로 손님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 보면 중심을 잃게 되니,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24시간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보통 제대로 된 설렁탕 집은 수육이 메뉴 중에 들어 있으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물을 계속 우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마솥 불을 끄면 처음부터 다시 오랫동안 우려내야 한다. 24시간을 지켜봐야 제대로 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각에서는 주/야간 2개조로 나뉘어서 움직인다. 가마솥은 총 5개인데, 한 솥에 300인 분량을 끓여낸다. 중간 불에서 강약을 조절하는데 사태, 족, 무릎도가니, 사골, 양지 등을 골고루 넣는다. 그리고 사태를 얼마나 넣고 도가니를 얼마나 넣느냐 등 각 재료의 넣는 양에 따라서 졸여낸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오픈하기 전에 몇 년 간 연구를 거듭하며 정확한 레시피를 정했다. 하지만 이 세심한 레시피에 의해 정확하게 불 조절을 해도 맛이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날 그날 재료에 따라 정확하게 조리하는 것은 물론 미세한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다보니 정해진 맛과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결과물을 아낌없이 선별한다.
또한 설렁탕, 도가니탕 등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좋은 것만을 선별하려 노력한다. “프림, 우유, 땅콩가루, 사골분말 등을 설렁탕 등에 넣어 문제가 된 경우가 그간 많이 방송을 탔었죠. 저희는 이 중에서 어떤 것도 넣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골과 물만 넣는 거죠.”
‘집밥’을 지향한다
이렇듯 기본에 충실하게 조리하려는 노력은 손님들의 마음에도 와 닿았다. 최근에는 동종업계 관계자가 찾아와 ‘염탐’을 하는 일도 있었다. “저녁때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다 드시고 나서 원래 이쪽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신 뒤, ‘이렇게 탕 맛이 제대로 되어 있으니 잘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칭찬하고 가셨죠.”라면서 쑥스럽게 밝혔다. 또한 매일 점심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단골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매일같이 오시는 손님 두 분이 계세요. 항상 주문하시는 메뉴는 정해져 있어요. ‘탕 두 개에 소주 한 병’이죠. 한결같이 함께하는 두 분의 우정도 좋아 보이고, 더군다나 퇴근하고 항상 저희 집에 오시는 점이 감동이죠. 같은 음식을 오랫동안 드시면 물릴 만도 한데,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는 이러한 손님들이 열심히 운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손님들 중에는 약간이라도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지적해주는 분들도 있다. “100명에 한 명 꼴로는 충고를 해주시기도 해요. 이러한 충고를 해 주시는 분은 다시 오실 분입니다. 보통은 맘에 안 들면 그 이후로는 안 오시는 게 대부분인데, 지적을 해 주시는 분은 다시 찾아오실 분이라는 신념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음식 맛에 반영하려고 하죠.” 또한 예전각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지속하려고 노력한다. 서비스 벨을 누르기 전에 기본 반찬에 모자람이 없는지 체크하고, 깍두기와 김치를 가위로 먹기 좋게 손질하는 것. “명품가게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맛만 좋아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사골로만 육수를 우려내다 보니, 첨가물이 들어간 설렁탕을 주로 접했던 손님들의 경우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려 노력한단다.
“‘집밥’은 정서적으로도 좋고 건강 측면에서도 외식보다 낫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죠. 비록 저희가 외식집이기는 하지만 가족이 차려준 밥처럼 믿을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합니다.”라며 진 실장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