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철저하게 연구하는 추어탕.. 임학순 원주추어탕

철저하게 연구하는 추어탕.. 임학순 원주추어탕

by 안양교차로 2013.08.30

오래 전부터 전통 보양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추어탕. 가을철에 동네 저수지나 논, 하천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끓여 먹곤 했던 추억의 음식이다. 추어탕의 주 재료인 미꾸라지는 3급수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예로부터 원기를 북돋아주는 강정식품으로 유명했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는 원기를 돋우고 주독을 풀며 갈증을 없애주고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적었다. 내장을 함께 끓이니 비타민 A나 D를 섭취할 수 있고, 칼슘과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각종 무기질로 가득하다. 위장에도 무리가 없고 소화가 쉬워 수술 전후의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 이 같은 추어탕으로 이름난 ‘임학순 원주추어탕’을 찾아 이모저모를 알아보기로 했다.
주소: 경기 의왕시 포일동 168-1
문의: 031-423-9520 (안혜경 사장)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 비법이죠.” 임학순 원주추어탕의 안혜경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뜻인가 고개가 갸웃해진다. 노력을 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며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여 설명했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그의 인생역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딸을 얻었고,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삶이 내려주는 버거운 무게에 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오다 보니, 어느덧 수많은 손님들이 ‘맛있다’며 찾아주는 장소의 주인이 되었다. 이곳의 추어탕은 진하고 부드러운 국물에 푸짐한 건더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유에 대해 안 사장에게 물어보니, 그는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중요합니다. 음식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단 한 가지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라며 방침을 설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미꾸라지의 종류, 우거지의 숙성 상태, 재료의 삶아진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 다르다. 그러니 재료에서 최상의 맛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맛에 다가갈 수 있다.
먼저 주 재료인 미꾸라지는 4~5일에 한 번씩 살아있는 채로 가져와 삶는다. 그날 사용할 양만큼 아침 7시부터 세 시간 동안 끓인다. 이때 이상이 있는 미꾸라지를 철저하게 솎아낸다. “세 시간 동안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가 이상이 있는 것은 솎아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탕 전체의 국물 맛에 이상이 생겨요.”
추어탕에 들어가는 우거지 역시 정성을 들인다. 10월 중순에서 말쯤에 몇몇 밭을 검증하여 재료를 신중하게 선정한다. 이렇게 고른 무청을 대거 구매하여 삶아서 급속 냉동한다. 이후 에 무청을 그날 분량을 삶아 낸다. 일정 기간 보관 후 조리해 내면 쫄깃쫄깃한 감칠맛이 유지된다. 김치 역시 쉽게 만들지 않는다고 그는 밝혔다. “양념이 열여덟 가지가 들어갑니다. 파인애플, 사과, 대파, 마늘, 생강, 양파, 거기다 젓갈도 신경 써서 고릅니다.”라고 설명하면서, 김치는 젓갈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김치의 종류에 따른 젓갈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기에, 안 사장은 항상 볼펜과 메모지를 가지고 다닌다. 주방에서 음식 재료로 연구를 하면서 생각난 개선점을 적어 놓기 위해서다. 더불어 손님들에게도 음식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의외로 반응이 좋아요. 변함없는 맛이 감동이라는 분, 어떤 점은 시정을 해달라는 분.. 무엇보다 손님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라면서 그는 환하게 웃음 지었다.
투명하게, 모두와 함께
그는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월급은 손님들이 주시는 겁니다.’고 강조한다. 손님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손님이 원산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시면 즉시 주방을 보여드립니다. 숨기지 않습니다. 안 주방, 뒤쪽 주방, 주방 안까지 공개하지요. 그만큼 손님과의 신뢰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시원하게 공개할 만큼 평소에 투명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독불장군으로 잘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제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한들, 혼자서 이만한 규모의 식당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는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음식 재료 준비하고 조리하고, 설거지하고, 카운터를 보고, 손님 접대를 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원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직원 한 명과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이 열일곱 명이다. 대부분 3년 이상 이곳에서 함께 일한 정이 깊다.
이뿐 아니라 그는 지역사회와도 손을 잡고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복지관이나 장애우시설과 협조하여 이웃사랑에도 힘을 싣는다. “어차피 백 년도 못 사는 세상, 의미 있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죠.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주변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필요합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