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강남샤브칼국수부대찌개

강남샤브칼국수부대찌개

by 안양교차로 2013.07.16

인간미 가득한 부대찌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류형림 사장(031-427-2130)
는 범계역 근처 부흥고등학교 앞에 있다. 이곳의 류형림 사장은 초창기에 사용했던 빌지를 아직도 갈색 지갑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냐는 질문에 “중견기업 재무파트에서만 20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음식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라며, “제 나이 서른아홉에 늦둥이를 낳았는데, 계산해 보니 그 아이가 18살이 될 때 저는 정년퇴직하게 된다는 걸 알았죠.”라고 답했다. 류 사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노후 준비 겸, 2세의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때 그의 나이 마흔 여섯. 창업하기에는 신경 쓰이는 것도, 걱정할 것도 많은 나이였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창업한 곳의 8,90프로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니까요.”
자칫하면 바로 빈곤의 늪에 떨어질 것이 눈에 선했다. 투자금도 만만치 않았다. 천 단위가 아닌 억 단위를 투자해야 하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욱 강해졌다.
“당시 재무 분야 부서장으로 20년간 근무를 했어요. 그렇다 보니,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바로 수리가 안 되더군요. 근 1년 만에 수리가 되었죠. 그 동안 직장과 병행하면서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그는 낮에는 결재를 하고 밤에는 식당을 경영하는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또한 손님 한 분 한 분을 친절하게 모셔야겠다는 결심으로 홀에 앉아 있지 않고 정문 앞에서 손님을 맞아, 가게로 안내하고 주차를 도왔다. “천 원이든, 이천 원이든, 삼천 원이든, 손님들은 돈을 내고 드시기에 대우받기를 원합니다.”라고 류 사장은 덧붙이면서, 이런 손님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언급했다. 또한 가게가 자리를 잡는 데는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류 사장은 전했다. “저는 음식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 분야에 15,20년 몸담고 있던 친한 동생들이 많았어요. 그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라면서 자신의 능력을 강조하기 보다는 주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다수를 위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게를 내놓으셨던 분이 말씀했어요. 본인은 일정 시간이 되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 분과는 조금 다르게 영업 방침을 세웠습니다.”
류 사장은 고객이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식사를 할 때, 식당 마감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식당은 11시 마감이었지만, 그는 10시 50분까지 들어오는 손님을 허락했다. “나가실 때까지 기다린다는 주의입니다. 12시든 1시든, 손님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대신 11시가 되면 주방 식구들은 퇴근합니다.”라고 그는 전했다. 이어 음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밝혔다. “놀랍고 기발한 음식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중국 황실음식이나 우리나라 궁중 수라상이 아닌 대중음식이잖아요. 고급스럽고 화려하기 보다는 소박하더라도 정성스런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끼리 와서 믿고 먹을 수 있고, 아는 사람 데려와서 먹을 만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이면 되지 않을까요?”라면서, 보다 다수의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지나친 존대는 기계적이 될 수 있어
“저는 직원들에게 손님을 너무 ‘왕’같이 모시지 말고 이웃집 언니같이, 오빠나 삼촌같이 응대하라고 부탁합니다.”라고 류 사장은 설명했다. 손님에 대한 지나친 존대는 인간적인 교감을 어렵게 하고, 직원들의 행동이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식당은 음식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희 집에 손님은 단골이 약 2/3 정도입니다. 대부분 개점 때부터 단골이시죠. 오랜 단골이시다 보니 할 이야기도 많고, 반갑지요.”라고 류 사장은 전하면서, 최선을 다하되 진정한 정성이 느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가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이유
류 사장은 손님이 몰리는 식사 시간 때 이외에는 식당에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고 입을 열었다. 관리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마음도 불편하고, 일도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제가 회사에서 근무를 오래해 봐서, 아랫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편이에요. 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직원들이 더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라면서, 워낙 직원들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습관이 되어 있어, 굳이 자신이 자리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식당 일은 12시간 연속으로 일해야 하니 노동 강도가 셉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계속 움직이니 쉬는 시간이 없어요.”라면서, 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힘든 일을 마다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