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산사 가는 길

산사 가는 길

by 안양교차로 2013.07.15

눈 덮인 풍경 보며 전통차 마시고, 파전에 막걸리도 한 잔

청계산 주차장에서 50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청계사 초입에 레스토랑&카페 ‘산사 가는 길’이 있다. 10번 마을버스가 닿지 않는 곳, 등산객들과 단골들이 들렀다 가는 숨은 쉼터 같은 곳이지만 알고 보면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카페다.
문의: 031-426-1515
주소 : 의왕시 청계동 70

장작불 때고 전통차 마시면서 겨울 운치 마음껏 즐겨
라이브 카페촌으로 유명한 미사리는 7080세대의 작은 해방구였지만, 카페들이 경영난에 봉착한 뒤 주변의 퇴촌, 양평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백운호수를 둘러싼 카페들도 이런 7080 여가문화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카페촌이 양수리와 남한강, 그리고 백운호수를 곁에 뒀다면 산사 가는 길은 청계산과 좀 더 가깝다.
산행의 초입, 카페 뒤편 허브농원을 지나면 봄에는 붉디붉은 명자나무꽃과 흐드러진 벚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아주 친근한 길이 되었지만 산사 가는 길의 벚꽃 코스는 등산객들에겐 무척 유명하다. 청계산의 방문객들을 제일 먼저 맞는 레스토랑은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많다. 봄엔 야외 테라스에 화사한 주변 풍경을 보면서 전통차를 마시고, 눈 덮인 겨울엔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장작불 때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20대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함께 찾는 카페
실내엔 아늑한 테이블과 빈티지한 소품들로 가득해 마치 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도 옛날 팝은 물론, 주인장이 개성으로 트렌디한 음악들이 흐른다. 고른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지 않아 젊은 계층과 중장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형성한 것이다.
10여 년 전 오픈할 당시만 해도 라이브 카페를 염두에 두고 건물을 지어서 2층에서도 아래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무대는 이제 카운터로 변했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친밀해졌다.
눈 속에 묻힌 카페는 손님들에게 편안함과 소박함을 준다. 장작불을 때는 난로 곁에 앉아 이 집만의 독특한 커피를 마시면서 묵혀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동호회 등의 단체손님들이 찾을 만큼, 백운호수 대표 레스토랑으로 입소문이 톡톡히 난 상태다.
여름엔 김치말이 국수와 팥빙수 특선,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좋아요
연중무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전통차와 커피, 주류, 스테이크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식사는 오후 1시부터 가능한데 스테이크와 호박스프, 바게뜨를 곁들인 정식 메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식사를 마치면 와인 한 잔을 서비스로 준다. 햄버그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 각종 스파게티 메뉴는 주인장의 추천 메뉴.
독특한 건 등산객들을 위해 파전과 막걸리를 내놓은 점이다. 여름엔 김치 말이국수와 팥빙수를 판다. 단순히 돈벌이라고 여기기엔 레스토랑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지점이 있다. 손님들도 묵직한 레스토랑 스타일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겨울엔 날씨가 추워서 외부 테라스와 2층을 이용하는 이들이 없지만, 야외 경치와 어우러진 레스토랑 주변 풍경은 백운호수 주변 카페들 중에서도 단연 A급이다.
야외카페에서 청계산 주변의 경치를 한껏 품어보고 싶은 이들은 산사 가는 길을 추천한다. 요즘 같이 친근한 분위기의 카페가 드문 때, 레스토랑이면서 카페이고, 편안하면서도 익숙한 곳을 찾기는 힘들 터. 차를 몰고 청계산 초입까지 오르며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있고, 이곳 손님들만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금방 흠뻑 취할 것이다.
취재 오혜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