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업체탐방

‘사랑의 매는 없다’ … 안양시에 문 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가다

‘사랑의 매는 없다’ … 안양시에 문 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가다

by 안양교차로 2019.04.26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은 친부모가 가해자다. 통념과는 달리 정상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아동학대 사망의 경우 영아가 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학대 피해 아동의 연령대는 중학생에 해당하는 나이가 전체의 22.5%에 이른다. 최근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뉴스에 연이어 등장하면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제도 및 인식개선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때마침 안양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관하여, 이 같은 상황에 단비가 되어주고 있다. 이곳을 찾아 현재 어떤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지 등을 들어보았다.

[안양시아동보호전문기관]
● 주소 : 안양시 만안구 안양로 119 계양빌딩 7층
● 아동학대 신고 전화 : 112
지난 3일 안양시는 ‘아동학대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안양시아동보호전문기관’ 개관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최대호 안양시장을 비롯하여 도·시의원, 교육지원청, 경찰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기관 위탁 및 운영은 <함께하는 한숲>이 맡았다. 이곳은 2003년부터 소외계층 자녀들을 돌봐온 사단법인이다. 안양시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는 안양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는 이름으로 학대아동을 발견 및 보호, 치료하는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명학역 근방에 위치한 이곳의 김금훈 관장을 만났다.
김금훈 관장이 사회복지 분야에 몸담은 것은 아동복지법이 개정(2004년)되기도 전인 19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법적 시설이 아니었던 그룹홈(아동 공동생활 가정)에서 일하는 아내를 만나 감화되어 같은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제도화되기 전이라서 그룹홈 등의 시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비를 털어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시 아내가 안산 원곡동 원룸에서 두 명의 청소년과 생활하고 있었죠.”
보통 그룹홈에는 원래의 가정에서 방임이나 학대를 당한 피해 아동이 입소한다. 알코올 중독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 경제적으로 문제 등으로 본래의 가정에서 지내지 못하고 가출한 아동 및 청소년은 이후 주로 크게 두 가지의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첫째는 원래의 가정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해 방황하는 것. 둘째는 안전하지 않은 원 가정에서 가출하여 거리를 나돌다가 시비에 휘말리거나 문제가 많은 무리와 어울려 지내는 것이다. 김 관장은 비행 청소년 중에서 원래의 가정에서 불화나 학대피해를 입었던 케이스가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뒤이어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데 경험과 열정을 잘 살릴 수 있는 이곳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부임했다.
“저희 기관은 아동학대 조사 및 피해 아동 심리지원에 무게를 둔 곳입니다. 112로 학대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가정을 경찰과 동행하여 조사합니다. 이후 결과는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사법처리, 가해자(행위자)와 분리해서 쉼터나 그룹홈 등에 피해 아동을 맡기기, 원래의 가정에서 생활하되 일정 기간 관찰 및 관리입니다. 이때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학대 이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조사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은 총 13명. 이 중에서 심리치료사가 1명, 현장조사 및 사례관리가 10명이다. 현장 조사의 경우 경찰과 함께 해당 가정을 방문하여 행위자, 아동의 문제행동 평가 등 위험요소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김관장은 과거의 사회복지 관계 경험에 의거,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예를 들었다.
“부모님들의 경우 어디서부터 학대인지를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학원을 가라고 했는데 안 간다거나 공부하라고 했는데 안 했다는 이유로 자로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을 훈육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역시 엄연한 학대입니다. 아동은 일관성 있게 양육하지 않으면 정서발달이 안 될 정도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해 부모들은 양육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매를 드는 것 이외에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가족회의를 통해서 규칙을 세우고, 평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라’고 안내한다.
그렇다면 조사과정에서 학대로 판명 난 경우에는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질까. 단순 학대라고 해도 6개월 정도 해당 가정을 모니터링한다.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의 사후관리 기간은 총 9개월이다. 관리에는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 가해자 상담,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부모교육 등이 포함된다. 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에는 빈곤과 주거 열악, 부부간 불화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가정 내의 불화요인을 최소화해야 재학대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아동 뿐 아니라 부모 상담에도 무게를 둔다. 그렇기에 기관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학대는 어느 시간대에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24시간 대기해야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선인 현장조사팀장은 ‘조사과정에서 심각한 학대가 발견되는 케이스가 많다’는 말을 전했다. 처음에는 정서학대로 신고가 들어왔는데,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심각한 성 학대로 밝혀진 케이스가 있었다고. 그는 학대피해가 의심될 때는 주변 사람 및 사회에서 무심코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곳 부임 이전의 케이스 중, 가해행위로 보호처분을 받은 후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여 나중에는 주변에 아동학대가 무엇인지를 홍보하게 된 아버지의 예를 들면서, 현재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이 된다면 학대 피해 아동의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결국 학대 피해가 줄어드는 데 기여한다. 이 때문에 안양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에도 열심이다. 내달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안양 중앙공원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