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투데이 : 현장스케치

유기동물 봉사부터 무료 진료까지…, ‘댕댕이 모여라’ 반려동물 사랑나눔 축제

유기동물 봉사부터 무료 진료까지…, ‘댕댕이 모여라’ 반려동물 사랑나눔 축제

by 안양교차로 2019.11.04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물행동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K.로렌츠를 기념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사용된 이 단어는, 생명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라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나누고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지난 26일 안양에서 열렸다. 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시수의사회가 주관한 <2019 안양반려동물 사랑나눔축제>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에 깃든 생명존중 사상을 모토로, 평촌중앙공원 다목적운동장에서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 열렸다. 알찬 프로그램과 풍성한 이벤트로 시민들에게 다가간 축제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자.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눈부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으며, 올해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2조8900억 원으로 잡았다. 3년 전인 2015년(1조8000억 원)보다 60.5% 성장한 셈. 커피·의료기기 시장 못지않은 규모다. 관련 업종 역시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반려동물용품은 물론 동물병원, 펫 푸드 산업규모도 늘어나는 중이다.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반려동물의 행복 추구권과 관련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용, 산책 서비스, 펫 택시, 호텔, 의료보험, 장례 서비스는 물론,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적금/신탁 등 ‘펫 금융’도 강세다.
이날 행사는 이런 국내 반려동물 열기를 반영하듯 다채롭고 의미 깊은 행사로 가득했다. 장애물경주, 독(Dog) 댄스 등 식전공연 도그 쇼로 화려한 시작을 알린 이 날 행사에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참여 부스가 마련되었다. 특히 <노나미 강사와 함께하는 요가 교실>의 경우, 반려동물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함께 요가를 하며 건강한 삶을 이어간다는 유용성 있는 내용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강사의 설명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잡담 한번 없이 강의를 듣는 청중의 집중력이 인상적이었다.
강의장 옆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밀짚모자, 석고 방향제 만들기 체험 및 반려동물 사랑을 홍보하는 단체가 있었다. 유기동물사랑봉사대(이하 유사봉)였다. 이들은 각지의 유기동물에 먹이를 공급하고 치료하는 데 전념하는 단체다. 국내 반려동물 유기는 반려동물 시장과 비례하듯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구조된 유기동물은 무려 10만 2,593마리. 전년도 대비 14.3% 늘어난 수치다. 유사봉처럼 유기동물을 돌보는 단체가 절실한 이유다. 유사봉의 이현주(50) 회장은 “저희는 관할구역을 정해 자율적으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돌보는 단체”라면서, “오늘 행사에서 얻은 이익은 전액 유기동물 치료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기묘의 경우 먹이를 주지 않으면 오히려 쓰레기봉투를 찢는 등 주거환경을 침해할 수 있으며, 이들의 배설물에는 쥐를 막는 장점이 있다.”면서 ‘캣맘’으로 상징되는 유기묘 돌봄에 대해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인상적이었던 다른 부스는 장안대학교 바이오동물보호과 오희경 학과장이 이끄는 무료 반려동물 미용봉사. 오 학과장은 “12명의 학생들이 오전 11시부터 8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을 맞이해 무료로 미용 봉사를 했다.”면서, 시민들의 훈훈한 반려동물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음을 밝혔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부스 중 하나는 ‘견주와 반려견의 심리를 가늠해보는 펫 타로’였다. 이날 11시부터 100명이상의 반려인을 만나 타로를 통한 심리 상담을 진행한 김보연(52) 반려동물교감사는, “오늘 진행한 상담 중, 여덟 살 강아지에게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리에 문제가 있어 마사지를 해야 하지만 반려견이 이를 싫어해 고민하던 견주에게, 반려견의 심리를 살피며 횟수를 조절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순히 함께 사는 것에서 벗어나 교감을 원하는 반려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향후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부스는 무료 진료 코너였다. 이날 80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체크한 임덕호(35) 수의사는 “주로 피부나 알레르기 고민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인들이 많다. 이때는 진단용 사료를 먹이면서 한두 달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소형견의 경우 슬개골 탈골이 많은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도 한 명 한 명 성심껏 진료하면서 ‘전혀 힘들지 않다’고 미소 짓는 모습이 믿음직해 보였다.
이외에도 펫티켓 교육, 생명사랑 토크 콘서트, 뼈다귀 던지기, 룰렛 돌리기 등 20여 가지의 프로그램 역시 주목할 만했다. 이날 3살 난 골든리트리버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김지윤(45) 씨는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축제에 참여했다. 동반 림보 경기의 경우 반려견이 대형이라 참여하기는 어려웠지만 앙증맞은 반려견을 꼭 안고 림보를 통과하는 참가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견종과 반려인을 만나 짧은 수다도 떨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면서 다음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으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생명존중과 동물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번 행사는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진행되어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물론 비반려인도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행사가 향후 더 자주 열리기를 기대한다.

취재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