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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에 그 아들

그 엄마에 그 아들

by 이규섭 시인 2018.12.14

수능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정시모집은 지금부터다. 대입지원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짜느라 학부모와 학생은 바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능이지만 올해는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이 출제되어 ‘불수능’을 넘어 ‘마그마 수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 예측 실패를 인정하고 수험생에게 고개를 숙였다.
수능을 치른 지인의 아들은 자사고 출신으로 상위권 점수를 받았는데도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수를 하겠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기숙형 재수학원을 둘러봤다. 강남 학원가와 수도권은 수험료와 기숙사비를 포함하여 한 달 300만 원 안팎 든다. 맞벌이를 하지만 부담스러운 액수다. 자식이 원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기로 했다. 재수하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자녀는 부모 부담을 덜어주고 기쁨 준 현대판 효자들이다. 어려웠다는 수능에서 만점을 맞은 학생은 물론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올해 수능 만점자는 9명이다(재학생 4명, 재수생 5명) 지난해는 15명이였다. 만점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역대급 물수능 논란이 불거졌던 2001년으로 66명이나 된다. 수능 성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6일 한 조간신문은 ‘백혈병과 3년을 싸우고 ‘불수능’도 뛰어 넘은 소년’이라 제목으로 만점 받은 김지명 군(서울 선덕고)을 1면 머리기사로 소개했다. 흐뭇하고 훈훈한 착한 뉴스다.
그는 열두 살 때부터 3년간 백혈병과 싸웠다. 초등학교 때 영어·수학학원에 1년간 다녔을 뿐 학원과 담쌓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고교 3년 내내 오전 8시에 등교하여 오후 10시 30분까지 15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야간 자율학습 때는 학교수업을 복습하고 인터넷 강의는 집에서 들었다. 담임 선생님은 “학교 수업 위주로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꼭 해결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고 증언한다. 공부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공부 방법이 주효한 것 같다.
김 군을 키운 건 팔 할이 어머니의 헌신적 뒷바라지다. 그도 “가장 고마운 사람이 엄마”라고 강조한다. 학교 부근에서 추어탕 장사를 하는 엄마는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프린트하고, 인강도 일일이 ‘맛보기 무료강좌’를 본 뒤 권해줬다. 공부뿐아니라 인성에도 각별히 신경 쓴 게 돋보인다.
백혈병 치료를 할 때 한 불교단체에서 주는 ‘난치병 환아 지원금’ 300만원 전달식에 일부러 아픈 아들을 데리고 갔다. 직접 받아야 어떤 마음으로 주는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20년 넘게 지원 사업을 편 단체의 관계자는 무균실에 있어야 할 환자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직접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완치 후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 90만원을 ‘도와주신 분 들게 감사한다.’ 손 편지와 함께 불교단체에 기부했다. 훌륭한 어머니 아래서 병마를 이기고 반듯하게 자라 수능 만점을 받은 것이 대견하다. “공부 잘 하라고” 다그치기보다 어머니가 모범을 보이며 길을 열어줬다. ‘맹모’ 닮은 엄마에 맹자 닮은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