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명품과 짝퉁

명품과 짝퉁

by 한희철 목사 2020.06.10

겉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들고 가는 가방이 명품인지 짝퉁인지를 대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 얼른 머리 위로 들어 올려 가방으로 비를 가리면 짝퉁이고, 얼른 옷 속 품에 집어넣어 옷으로 가방을 가리면 명품이라는 것입니다. 명품과 짝퉁의 차이를 구분하는 전문가의 판단보다도 더 마음에 와닿는 구별법이라 여겨집니다.
문득 명품과 짝퉁 구별법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은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은 여러 면에서 세계 최강인 나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경제력도 그렇고, 정치력도 그렇고, 군사력도 그렇고요. 대중문화도 그렇고 스포츠도 그렇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여타의 나라와 비교를 불가하는 힘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인식되던 미국이 지금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파우더 호른에서 발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던 중 질식사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백인 경찰관이 8분 46초간 수갑을 찬 채 땅 위에 엎드려 제압되어 있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했고, 결국 플로이드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중 2분 53초간 플로이드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찍었다는 동영상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있을까, 끔찍하게 여겨졌습니다. 영상 속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살려 달라.” “어머니!” 등을 신음하듯 토해냈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지나친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에게 플로이드가 숨을 쉬게 해달라고 항의했지만 행인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있는 경찰들은 목을 짓누르고 있는 동료의 비인간적인 폭력을 제지하기는커녕, 주변을 서성거리며 행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었으니까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신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요지부동의 자세로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는 경찰관의 냉혹한 모습이나, 시민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주변을 지키는 동료 경찰관들의 모습은 누군가의 말대로 먹잇감을 잡은 뒤 맹수들이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이 일어섰고, 항의와 시위가 거세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세상 어디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 중의 악이다 싶습니다. 깊은 뿌리를 가지고 틈만 나면 고개를 드는 인종차별에 대해 얼마든지 함께 분노하며 치를 떱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일어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폭력과 방화와 약탈, 분노한 시민들을 적으로 몰아세우며 군대를 동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미국을 다시 보게 합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단지 가방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