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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 속 맑아진 공기

코로나 공포 속 맑아진 공기

by 이규섭 시인 2020.06.05

꽃들이 릴레이 경주하듯 배턴을 주고받으며 계절을 수놓는다. 짙은 꽃향기로 벌들을 유혹하던 아카시아꽃이 지자, 꽃잎 넉 장이 십자가를 닮은 산딸나무 꽃이 성스럽게 뒤를 잇는다. 가로수로 변신한 이팝나무엔 쌀밥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보릿고개 시절 그리던 고봉밥 같다. 이팝나무 이름도 흰쌀밥을 의미하는 ‘이밥’에서 왔다. 올봄 우리 동네 간선도로의 늙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이팝나무로 바뀌었다.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힐링 하려 꽃과 숲 그늘을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동산에도 아이들의 웃음꽃이 팝콘처럼 터진다. 단 10분이라도 숲에 들어가면 스트레스의 생리적 지표인 혈압과 맥박이 낮아진다. 숲에서 배출되는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심신을 안정시키고 면역력까지 높아져 이른바 코로나 블루(우울감) 해소에 도움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인류의 면역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숲과 산림치유다.
숲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4월 국내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분석해 221조 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산림으로부터 1인당 연간 428만 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이 1인 가구를 기준으로 4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림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공익적 가치 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입목(立木) 부피의 증가, 나무 대체 비용의 상승, 도심 숲 증가, 산림 휴양, 치유기능 강화 등을 꼽는다.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등 지구환경의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을 위해 인간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다. 코로나는 신분, 나이,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평등하게 공격하지만 청정지역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인간을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한다.
코로나로 인간의 발길이 제한적으로 묶이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사라지니 지구가 살아났다. 공기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졌다. 눈을 뜨면 휴대폰으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날씨 정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간예보, 시간대별 날씨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됐다. 10시 지나 오늘의 코로나 확진자 수를 파악하며 일희일비한다.
지난달 중순까지 청명한 가을 날씨처럼 선선했다. 미세먼지는 좋음과 보통 사이를 오가 바깥출입의 발길이 가볍다.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요약하면 세 가지다.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 차가운 베링해에서 발달한 저기압으로 찬 공기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내몽골의 강수량이 늘면서 황사 발생이 줄었고, 전국의 잦은 비로 세정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과 우리나라 공장 가동과 교통량이 줄면서 대기오염물질이 현격히 줄었음을 피부로 느낀다. 환경은 인간이 파괴하고 그 피해 또한 인간이 고스란히 입는다.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