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남기어라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남기어라

by 정운 스님 2020.04.28

노자는 인간에게 세 가지 즐거움[三樂]이 있는데, 잘 먹고[快食], 볼 일 잘 보며[快便], 잠 잘 자는 것[快眠]이라고 했다. 신체가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의 가르침에 바른 삶을 위한 5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도 첫째로 건강을 꼽고 있다. ‘맑은 정신을 지속되게 유지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몸을 정결히 해야 하고 배가 부를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그 먹는 데는 대식이 아닌 소식을 권하고 있다.
인도 석가모니부처님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인도 코살라국은 파사익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음식을 즐겨먹는 미식가였다. 게다가 대식가로서 식사 때마다 혼자서 쌀 두되 반 가량의 식사를 했고, 반찬도 육류나 생선이 주류를 이루었다. 늘 이렇게 식사를 하다 보니, 몸이 너무 비대해 건강에 문제가 생겨 대신들과 왕비도 매우 걱정했다.
어느 날, 파사익왕이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기원정사로 찾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부처님은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해주었다. 그런데 음식을 많이 먹은 파사익왕은 식곤증으로 큰 몸집을 앞뒤로 흔들며 설법하는 내내 졸았다. 부처님께서는 이전에도 파사익왕의 이런 모습을 몇 번 보았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친 뒤 국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앞으로는 신하들에게 대왕의 밥을 지을 때는 한 홉씩 줄여서 음식을 하라고 명을 내리세요. 또한 대왕께서도 매 식사 때마다 양을 조금씩 줄여 보십시오. 그리고 식사 끝에도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남기는 습관을 들여서 식사 양을 줄여나가세요.”
이후 파사익왕은 조금씩 양을 줄여 나갔고, 몇 달 후에 몸이 가벼워지면서 건강이 좋아졌다. 대왕이 건강해지면서 왕궁 분위기도 좋아졌고, 아침 조회시간에도 대신들과 맑은 정신으로 국정을 논함으로서 점차 부강한 나라로 발전되었다. 훗날 부처님께서 파사익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우리가 소유한 것 가운데 건강은 최상의 큰 이익이요, 만족은 가장 큰 재산이며, 누군가를 믿고 의지함은 가장 귀한 벗이다.”
50∼60년대, 우리나라에 보릿고개가 있었다. 배고픈 사람이 많았던 시절, 잘 먹지 못해서 발병하는 결핵 환자도 많았다. 그러나 현 시대는 사람들이 배곯아서 건강에 이상이 온 것이 아니라 파사익왕처럼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을 잃는 사람이 많다. 승려가 수행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음식조절이다. 소식과 관련해 음식 절제는 욕심을 줄이는 첫 번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마음가짐조차 무소유라고 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스님들만으로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의사들이 말하는 장수 요건으로 빠지지 않는 항목이 소식이다. 어쨌든 행복하고 싶다면 건강해야 되고, 남들보다 큰 경제력을 갖고자 해도 건강해야 되며, 큰 명예를 얻고자 해도 건강이 받쳐 주어야 한다. 소식으로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