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진정한 영웅

진정한 영웅

by 한희철 목사 2020.04.15

영웅입네 하는 이들은 많아도 진정 영웅은 드뭅니다. 진정한 영웅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까치발을 하고 서서 키 큰 척을 하지 않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걸으면서 걸음이 잰 척 하지를 않지요. 세상이 놀랄 만한 공을 이루고서도 그곳에 머물지를 않아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는 합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진정한 영웅을 막상 그가 주어진 일을 감당할 때는 알지 못했다가, 그가 남긴 빈자리를 보며 뒤늦게 깨닫고는 합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시기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 곁에는 진정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전염의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니 피차 외롭기도 한 일이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서둘러 달려간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마스크 자국이 훈장처럼 얼굴에 흉터로 남기까지 주어진 소임을 다한 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전염을 시킬까 시골 외딴 집에서 스스로 격리의 시간을 보내는 간호사가 그렇습니다. 그의 웃음과 태도에는 어떤 과장이나 미화도 없어 인간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으로 꽃 하나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외국에서 주목한 영웅도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입니다. 브리핑을 위해 그가 처음 방송에 얼굴을 나타냈을 때, 그의 얼굴과 직책을 알아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만 그랬을까요, 사태의 엄중함에 비해 책임을 맡은 이가 보이는 침착함은 침착함이 아니라 나약함처럼 다가왔습니다. 좀 더 강하고 거칠게 대응해도 모자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는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저러다가 둑 터지듯 수습이 불가능한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닐까 싶을 만큼 투명했고, 정직했습니다.
피로가 쌓인 탓이겠지요, 그의 모습이 점점 수척해가는 것을 사람들도 알아차릴 정도였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가며 차곡차곡 쌓인 것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가 “바이러스는 한국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 말을 신뢰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아니라, 그동안 그가 보여준 태도에서 비롯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브리핑 도중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가 “1시간보다는 더 잔다”고 대답했을 때, 그 대답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을 젖은 눈으로 공감했습니다.
외국의 한 리더십 전문가가 정본부장을 두고서 “그의 '빅토리 랩'(우승자가 경주 후 트랙을 한 바퀴 더 도는 것)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할 때, 오히려 또렷하게 보였던 것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칭찬과 찬사를 자신의 욕심과 결부시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공을 혼자 차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진정한 영웅’이다 싶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사래를 칠 것 같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