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노노케어 현상 갈수록 심화

노노케어 현상 갈수록 심화

by 이규섭 시인 2020.04.10

“어르신들 모시는 일은 학습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경험이 없으면 어렵고 힘든 게 너무 많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를 실천한지 10년 가까이 된다. 그것도 사돈관계인 어머니와 장모를 한 집에서 모시며 돌본다. 95세 어머니는 요양2등급. 88세 장모 역시 치매로 요양3등급이다. 두 분 모두 요양원 입소 대상자다. 두 노인을 돌보는 지인의 나이도 칠십대 중반이다, 70년 넘게 사용한 온 몸의 기관들이 녹슬고 삐걱거릴 나이다. 부부가 긴장 속에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라고 한다.
“식사 후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밥 달라, 사탕 달라, 화투치며 놀아 달라, 일으켜라, 앉혀라, 왼 종일 철부지 아이처럼 보채고 조른다.”는 것. 그나마 사돈끼리 서로 감싸주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한다.
“청각과 미각 등 오감은 물론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 비위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털어놓는다. 병원 다닐 일은 늘어나는데 휠체어에 태운 채 승하차시키기란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장애인 콜택시는 시간 맞추기조차 어려워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의 아내도 퇴직 후 지역사회 활동을 모두 접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시기에 올인 한다. 여성이라 여성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바깥에 볼일이 있으면 교대근무를 하거나 부부가 함께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주말에 아들 내외나 처제 등이 대리근무를 해줘야 가능하다. 남의 손을 빌리거나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끝까지 모시겠다고 하여 경외감을 느낀다. 효가 사라지는 시대이기에 효심이 더 돋보인다.
노인들의 수발을 드는 노인의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인만 건강하다고 건강한 삶은 아니다. 부모가 노환 등으로 고통을 받거나 배우자가 질병에 시달리면 일상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또 다른 지인은 아내 수발에 본인의 일상을 포기한지 오래됐다. 병원에 동행하지 않는 주말이나 한숨 돌린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앞에 든 사례처럼 70대 아들이 90대 노모를 돌보고, 80을 바라보는 남편이 아내 수발에 고통을 겪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19년 한국의 사회 동향’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2067년이면 46.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같은 기간에 45.7%까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50년 뒤엔 생산연령 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 이상을 부양하는 사회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6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년층과 고령자의 4.9%가 질병과 노환 등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가족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28.4%는 가족을 직접 돌봤다고 응답해 이런 추세는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수명도 짧아지는 건강 불평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기적인 치료 등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병치레 안하고 편안하게 살다 가는 것이 고령화시대의 가장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