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사랑은 흔들리는 거야

사랑은 흔들리는 거야

by 한희철 목사 2020.04.08

기억에 남아 있는 광고 문구 중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은 가만있지 못하는 것,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고, 먼 길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문법으로는 명사지만 의미로 보자면 언제라도 동사, 혹은 동명사입니다. “사랑해”라는 말의 반대말이 “사랑했어”라는 것도, 사랑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당장 어렵기는 우리도 매한가지, 우리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하자고 주저하는 이들에게 어려울 때 하지 못하면 넉넉해도 하지 못하는 거라고, 그래도 우리는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비해서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지 않느냐며 결심을 권했습니다. 힘에 부치도록 나눈 사랑,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경험하는 일은 언제라도 큰 즐거움입니다.
인도의 캘커타 빈민가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본, 인류의 어머니라 칭송을 받았던 마더 테레사 수녀의 글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날 밤 한 남자가 찾아와 오랜 전부터 아이가 여덟이나 있는 한 가족이 굶고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는 먹을 것을 챙겨 그 가족을 찾아갔습니다. 가서 보니 그 집 아이들 얼굴에는 지독한 굶주림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지요.
그런 중에 먹을 것을 받은 그 집 어머니는 먹을 것을 들더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뒤 돌아온 그에게 어디를 다녀오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어머니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굶주리는 이웃이 또 있습니다.”
데레사 수녀는 그 여인이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다는 사실보다도 그 여인이 자기네처럼 굶주린 이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워했습니다. 여인의 가족은 힌두교였고, 먹을 것을 다시 전해 받은 가족은 이슬람교 가족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내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그 여인은 자신의 이웃이 고통받고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통 중에서 자기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실제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그 여인은 자기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에 앞서 음식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과 용기를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번져가며 세계인들이 부러운 눈으로 한국을 주목한 일이 있습니다.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트가 텅 텅 비고 생필품을 놓고 심한 몸싸움을 불사하는 외국에 비해, 마트에 여전히 물건이 쌓여 있는 모습을 기이하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이지요. 몇몇 요인이 있겠지만,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빠뜨릴 수 없는 요인이었을 것입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을 넘어 흔들리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