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험한 세상에도 찬란한 꽃이 피다

험한 세상에도 찬란한 꽃이 피다

by 정운 스님 2020.03.31

근자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들이 가장 시급하게 구하는 것이 마스크다.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다 보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줄지어 기다렸다가 구입한다. 그래도 구입하면 다행인데,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이러스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마스크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이렇게 불안한 시기에 마음 따스한 기사가 세상에 퍼졌다.
일주일 전, 20대 남자분이 부산 모파출소 부근에 손 편지와 마스크를 기부했다. 그것도 노란 봉투를 몰래 놓고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다. 봉투 안에는 마스크 11장과 사탕, 경찰관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을 3급 지체장애인으로 소개하고, 마스크를 한두 개씩 모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편지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비록 적지만 고생하는 경찰관들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조금 나누려고 합니다. 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도움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습니다. 너무 적어서 죄송합니다.”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꽃보다 이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고대 이집트 속담에 사람이 죽어서 영혼이 하늘에 올라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두 번째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는가?’이다. 두 대답에 따라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결정된다는 것이다. 글쎄?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불교 경전 <쌍윳따 니까야>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험한 여행길에서 자신보다 남을 위하고,
조금이라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성자이다.
이기심만 있고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곧 자신만의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타인들과 함께 할 때에 진정한 사람 모습이라는 것이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단어를 불교에서 많이 쓰고 있다. ‘화광’이란 자신이 갖고 있는 인격적 품성이나 재능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요, ‘동진’이란 오염된 티끌 세상에 들어가 그들과 동화되어 함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했지만, 혹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자신보다는 어렵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헌신하라고 강조한다. 고대 로마시대에 왕족과 귀족들이 자신들의 누리는 복만큼 국민들을 위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유사한 의미를 띠기도 한다.
종교인이나 귀족들이 사람들에게 베풂은 그들에게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 첫머리에서 밝힌 장애인의 작은 선행은 칭찬받아야 할 행동이다. 그 후 이 분을 기점으로 기부가 릴레이되고 있다고 한다. 손자와 할머니가 몇 년 동안 모은 저금통을 기부하고, 수십 장의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작은 선행이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작은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있어 어려운 시기지만, 대한민국은 잘 이겨낼 거라고 본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