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by 김재은 대표 2020.03.24

평소 사람의 숲 속에서 주로 지내다 요즘 코로나 시대 탓(덕분)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무요일 밤 홀로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다 문득 노래 한 곡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오래전 노래인데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외로울 때면 생각하세요 아름다운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잊을 수 없는 옛날을 찾아 나 이렇게 불빛 속을 헤맨답니다 (중략) 아아아 아아아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삶이 조금은 팍팍해져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회자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 어려운 단어는 아닌데 설명을 하라면 뭐라 하기 쉽지 않다. 찾아봤더니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인간감정의 친소도(親疏度)’라 되어있다. 얼핏 물리적 거리를 생각했었는데 원래의 뜻은 인간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쨌거나 살다 보니 ‘거리’를 좁혀 살아도 어려운 세상살이에 ‘거리’를 두어야 산다고 연일 강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모임을 자제하고 어쩔 수 없이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거리’를 두라는 그 말에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도시집중으로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져 각박해지는 인심을 생각하니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직격탄을 맞아 생활이 어려워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이 밀려온다. 역설적으로 ‘거리를 좁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은 함께 해야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다행히 여러모로 어려운 때에 마음의 거리를 좁혀 헌신과 희생의 봉사를 하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음에 고마운 마음이 넘실댄다.
이왕 ‘거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이기심과 편가르기, 불의와 왜곡 등과 거리를 두고 사랑과 배려, 존중과 관용과의 거리는 좁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 이웃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 ‘이웃사촌’의 사랑과 함께 하는 행복을 맛보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로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세상과 사람의 본래 모습이 보이는 법이니 때론 저만치 떨어져 ‘그대로 지켜보는’ 삶도 필요할 것 같다. 코앞의 모습에 안달하며 짜증을 내고 비난하기보다는 한걸음 물러나 바라볼 때 이해와 관용의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쩔 수 없다면 ‘거리 두기’의 삶을 살피고 성찰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 더, 보여지는 나와 그대로의 나와의 거리를 두어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전화위복이 따로 없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나와의 거리’ 두기를 나란히 함께 해보는 것이다.
세상살이에는 넓혀야 할 거리가 있고, 좁혀야 할 거리가 있는 법, 우리가 온전히 ‘거리’의 철학을 우리 삶에 녹여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거리는 사랑의 거리, 행복의 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