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

by 이규섭 시인 2020.03.20

코로나바이러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와 수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진위를 가리기 어렵고 혼란스럽다. 코로나 감염도 두렵지만 바이러스가 진정된 이후, 뿌리째 흔들리는 경제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며 한국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정부도 불황이 장기화하는 L자형 경기침체에 빠져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지금도 소비가 마비되고 수출과 생산이 막히면서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복합 위기에 빠져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거리는 한산하고 유통시장은 썰렁하다. 중병수준의 경제에 피가 돌게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따뜻한 사연이 있어 숨통이 트이고 지친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구두 닦아 번 7억 원 대 땅을 기부한 60대의 선행은 반짝반짝 마음에 광택을 내준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조건 없이 내 놓았다는 중앙일보의 단독보도다. 11살 때부터 50년 가까이 구두를 닦고 수선해왔다는 김병록 씨는 노후에 오갈 곳 없는 이웃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려고 6년 전 경기도 파주에 사 놓은 임야 3만 3000㎡(1만평)을 내놓았다.
지금도 아내와 함께 서울 상암동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며 66㎡(20평)짜리 아파트에서 산다. “죽어서 가져갈 땅도 아닌데, 저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선택한 결정”이라고 했다. 김 씨의 아내는 처음엔 남편의 기부 뜻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남편의 뜻을 존중해 결정에 따랐다고 한다. 착한 사람의 눈빛은 사슴을 닮는가 보다. 김 씨의 얼굴에 구김살이 없다.
파출소 앞에 마스크 담긴 봉투를 놓고 사라진 장애인 남성의 이야기도 봄꽃 향기를 뿜는다. 부산의 한 파출소 앞에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노란색 서류봉투를 놓고 급히 달려가는 모습이 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목격됐다. 봉투 안에는 마스크 11장과 사탕, 따뜻한 마음을 담은 손 편지가 들어있었다. 파출소 부근에 근무하는 지체 3급 장애인이라고 밝힌 그는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를 모은 것이라며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고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너무 작아서 죄송하다”고 전했다. 작아서 죄송하다는 그의 마음은 둥글고 넉넉하다.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 소액 기부운동과 ‘2020년판 금 모으기 운동’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한다는 소식도 흐뭇하다. 감염의 위험을 무릎 쓰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방역자들도 지친 대한민국에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봉사다. 기부나 봉사로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를 정신건강의학계는 이타주의(Altruism)라고 한다. 지나친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되기보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사회적 연대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찾는 것도 바이러스 터널을 통과하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