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코로나에 일상이 흔들린다

코로나에 일상이 흔들린다

by 이규섭 시인 2020.02.28

최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리스가 전염병과 싸우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판데믹’을 내놨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과 맞물린 절묘한 타이밍이다. 판테믹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된다.
2002년 말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사스는 37개국에서 8000여 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214개국서 1만 8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지구촌을 긴장시켰다.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치사율이 34.4%에 달할 만큼 위협적 질병이었다. 한국의 감염자는 186명이었고, 36명이 사망했다.
현재 진행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치료약이 없고 전파 속도가 빨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지난 23일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두 번째다. 전국 유·초·중·고교의 개학을 일주일 연기했다. 외국인 입국 금지, 대중교통 운행제한, 군 휴가 제한 가능성도 있어 일상이 크게 흔들린다.
거주지 주변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신경이 곤두선다. 지난 1월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땐 보름 정도 지나면 수그러들 줄 기대했는데 갈수록 감염자가 폭증하여 일상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지인의 형이 별세하여 해외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아들이 부랴부랴 입국했다. 공항 열 감지 카메라에 걸려 격리돼 부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지 못했다. 언론 관계기관 중소기업 지원팀은 사무실 입구에 들어오지 말고 담당자에게 휴대전화로 방문 목적을 알리라는 안내서를 붙여 놓았다.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고 외출 땐 평소 잘 하지 않던 마스크를 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길을 가다가도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면 괜히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이달 말에 떠나기로 한 해외여행도 취소했다. 관광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린다. 시민들도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장을 본다. 음주문화도 집에서 혼자 마시는 ‘집 술’로 바뀌었다.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 찬바람이 인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과 영화 등을 시청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이용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거지 같다’는 경기 불황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로 입증됐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5개 분기 연속 추락했다. 손님들로 붐비던 서울 도심의 이름난 식당도 한산하다. 영세 자영업자는 공공요금과 가게 월세를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OECD 평균 15%에 비해 크게 높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전통시장 주변 주차허용 시간 연장이나 온누리상품권 구매한도를 늘려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바이러스 주기가 빨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닥치고 나서 호들갑을 떨고 골든타임을 놓쳐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장기적 전략으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