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신뢰와 응원

신뢰와 응원

by 한희철 목사 2020.02.26

총성만 들리지 않지 상황은 마치 전시처럼 여겨집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역과 지역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고 있고, 그가 지나간 곳에는 포탄자국 움푹 남듯 두려움의 웅덩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에 없던 상황, 그러기에 이 일을 대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도 급히 회의를 한 끝에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요하다 여겨졌던 행사들을 모두 취소를 했습니다. 주일을 제외한 주중의 모든 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주일예배조차도 신중의 신중을 기해 순서를 조정하고 마스크를 쓰고 예배를 드렸는데, 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막막함은 더욱 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과 태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쟁 중 한 사람이 수도원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그는 수도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그가 수도원에서 지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도자들 사이에선 그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했습니다. 피신을 온 사람이 식사를 너무나 많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해도 그런 일은 눈치보다도 양심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쟁 중인지라 양식이 부족하여 수도자들은 평소의 절반으로 식사량을 줄인 상태였습니다. 그런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피신을 와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자신들이 평소에 먹던 양의 두 배를 먹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습니다. 저런 사람은 필시 천국에 갈 수가 없을 거라고 모두들 수군거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천국에 가보니 놀랍게도 그 사람도 천국에 와 있더랍니다. 뭔가 잘못됐지 싶어 지나가던 천사에게 어떻게 저런 심보를 가진 사람이 천국에 올 수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답니다. 그러자 천사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 당신들은 당신들이 평소에 먹던 양의 절반을 먹었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평소에 먹던 양의 반의반 밖에 먹지를 않았답니다.”
우리말에 ‘안간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간힘은 ‘안깐힘’이라 읽습니다. 안간힘을 안깐힘으로 읽는 것은, 안간힘이 ‘안’과 ‘간힘’이 합해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간힘’이란 ‘숨 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통을 견디려고 애쓰는 힘’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무리 간힘을 써도 바위는 꿈쩍을 하지 않았다’와 같이 쓰이는 말이지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지는 지금의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지요. 괜한 말로 오해를 사거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을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진심이 담긴 신뢰와 응원입니다.